복잡한 세상을 더 빨리 직관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읽고픈 게 인간 욕구다. 다양한 지수는 그래서 탄생했다.
1990년 걸프전 직전 미국 국방성(펜타곤) 주변 피자가게의 야간 배달주문이 폭증했다. 인근에서 도미노피자 매장을 여럿 운영하던 토마스 미크스는 기이하게 여겨 언론에 알렸다. 밤샘 근무자를 위한 주문이었고 결국 지정학적 비상사태의 전조였다. 그렇게 펜타곤 피자 지수가 생겨났다.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미국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24시간 식당인 와플하우스의 영업 여부를 집계하면 해당 지역 피해를 가늠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와플하우스 지수가 등장했다.
빅맥 지수를 뺄 수 없다. 국가별 맥도날드 빅맥값을 비교하는 빅맥 지수는 198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고안했다. 동일한 물건의 가치는 세계 어디서나 같아야 한다는 일물일가 법칙을 토대로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해 적정 환율을 찾기 위해서였다. 사각지대가 있었다. 2010년대까지 아프리카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국가가 많았다. 아프리카 시장조사업체 사가치리서치는 2016년 아프리카의 웬만한 대도시마다 KFC 매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치킨 버킷 값을 비교하는 KFC 지수를 내놨다.
일본 엔화 약세와 맞물려 최근 등장한 게 돈가스 카레 지수(Katsu Curry Index)다. 뉴욕멜론은행의 제프 유 수석전략가가 전 세계 약 1500개의 매장을 둔 일본 카레 체인 코코이치반야의 국가별 돈가스 카레값을 비교해 만들었다. 엔화 약세를 실감하려면 햄버거보다 돈가스 카레값 비교가 더 유효하다고 봤다. 지난 12일 기준 1달러는 빅맥 지수 기준 80.3엔, 돈가스 카레 지수 기준 62.18엔이었다. 국제 외환시장 시세는 159엔이었다. 엔화의 극심한 저평가 상황과 일본 국민의 구매력 손실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세상이 온갖 지수로 가득하다. 주가지수부터 미세먼지 지수, 자외선 지수에 소비자물가지수까지 챙겨봐야 할 것도 많다. 손가락(指)을 보느라 정작 봐야 할 달을 까먹은 누군가처럼, 숫자(數)에 빠져 더 중요한 걸 놓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