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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시시각각]어디 사는 걸 왜 허락받아야 하나

중앙일보

2026.08.13 08:16 2026.08.1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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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정치외교국제 부국장

최민우 정치외교국제 부국장

이재명 대통령은 “똘똘한 한 채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7월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라고 했다. 이상하지 않나.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악마화한 탓에 다른 집 다 팔고, 기껏 한 채 남겼더니 이제 와서 그 한 채가 문제라니. 그래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나온다고 할 때부터 ‘똘똘한 한 채(고가주택) 엄청 때려잡겠네’ 싶었다. 한술 더 떴다. 1주택을 실거주와 비거주로 나누는 신공(神功)을 발휘해 비거주 1주택의 경우 종부세 공제액을 낮추고(12억원→9억원), 양도세의 보유 공제를 삭제하기로 했다. 자기 집이 있는데 그 집에 살지 않고 딴 집에 전월세로 사는 건 투기 의도가 다분하니 세금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거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구윤철 부총리)이라는 식상한 멘트를 남기면서.

비거주 1주택자도 투기꾼 취급
예외 받으려 시시콜콜 읍소해야
내 삶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니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래도 정부가 야박하기만 하랴. 비록 비거주 1주택자는 투기꾼이 농후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두어 양해해 주겠단다. 이를테면 전근, 취학, 치료, 봉양, 해외 체류 같은 경우다. 다만 같은 지역 이동은 예외가 안 된다. 서울 노원구 자가에 살다가 직장을 옮기게 돼 바로 옆 경기도 구리에 전세 사는 건 봐주지만, 직장 때문에 노원에서 한참 떨어진 서울 금천구나 구로구에 전세 사는 건 안 된다. 자녀 교육도 고교ㆍ대학 때문에 옮겨가는 것만 허용된다. 초ㆍ중은 불가다. 서울 은평구에 집이 있는데 좋은 학군(혹은 학원) 때문에 강남구 대치동에 세를 얻는 건 당연히 투기다. 무엇보다 예외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자기 집에 무조건 1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1년도 살지 않고 세 주고 곧바로 세 얻어 나가는 건 누가 봐도 ‘갭투자’ 아닌가.

너무 빡빡하다고? 노노. 8·3 세제 개편안 이후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온갖 청원이 쏟아졌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자녀 돌봄’도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거다. 예전엔 연로한 아버지·어머니 모셔야 한다며 자식이 부모님 댁에서 거주했지만, 최근엔 오히려 어르신들이 맞벌이하는 자식 근방에 살며 손자·손녀를 키우는 게 트렌드 아니던가. 이 같은 시대 변화를 모르지 않기에 ‘자녀 돌봄’은 정부도 전향적으로 수용할 예정이다. 이 얼마나 유연한 정부인가.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양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양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또 다른 사연이 있다고? “아이가 자폐 증상을 보여 특수학교에 가야 해요.” 장애? 이건 따로 분류가 없는데… “중1 아들과 함께 서울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농어촌 유학을 강원도로 왔는데, 가족 체류형으로 주소를 이전했어요. 다시 전학을 가기 어려우니 예외로 해주세요.” 가족 체류형? 농어촌 유학? 아 몰라 몰라, 왜 이리 복잡해. 여튼 투기성 비거주인지 아닌지는 정부가 잘 솎아낼 테니 예외를 인정받고 싶으면 근무명령서·재학증명서·진단서·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 자료 싹 제출하고 기다리세요!

근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집 한 번 옮기겠다고 이런 시시콜콜한 속내를 들춰내면서 읍소하는 게 맞을까. 당연하다. 그럼 절세가 쉬울 것이라 예상했나. 정 까다롭고 비위 상하면 그냥 자기 집에 살아라. 그게 개편안의 취지다. 그게 싫으면 세금 올린 대로 내면 되고. 무엇보다 이사 불편해졌다고 발끈하는 건 난센스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수도권으로 넓힌 지난해(10·15 대책)부터 정부의 허가를 득해야 이전이 가능했다.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하고, 2년 실거주해야 하고, 대출 꽉 막고 있었는데 왜 지금에서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사라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나.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7월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7월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JTBC 캡처

다주택에 이어 비거주 1주택까지 희생양 삼았으니 앞으로는 어떨까. 설마 더한 규제는 없겠지? 글쎄다. 이 대통령이 자주 본다는 유투버 이광수씨의 언급에서 힌트가 있어 보인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어요. 1주택자가 계속 갈아타면서 돈 벌려고 하고, 세금도 안 내고 또 갈아타고”(4월 29일 MBC 100분 토론). 한번 살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영구 거주의 시대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최민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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