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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허가도 받았는데…‘동전주 퇴출’ 걸린 K바이오 비상

중앙일보

2026.08.13 13:00 2026.08.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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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따낸 제약사도, 수백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도 증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사유에 들어가면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실기업을 걸러내야 한다는 당위성과 장기간 연구개발(R&D)이 필요한 혁신기업에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제기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주가·시가총액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개 상장사 가운데 노을·랩지노믹스·샤페론·에이비온·CMG제약 등 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1일 새롭게 도입한 기준인 ‘30거래일 연속 주가 1000원 미만’에 해당했다.

하지만 최근 주가만으로 기업의 기술력이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CMG제약은 지난해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로 FDA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최근 30거래일 종가는 최고 986원, 최저 609원으로 1000원을 밑돌았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994억원이다.


“시가총액에 주가까지, 이중규제” 토로

미국에서 진단검사 사업을 하는 랩지노믹스의 유동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700억원대로 업계 상위권이다. 두 회사 모두 기술 성과나 재무 여력과 별개로 ‘주가 기준’에 걸린 셈이다. 20년 경력의 바이오 업계 종사자는 “바이오 기업은 거래 활성화, 개인 위주 수급 등을 이유로 낮은 액면가를 택한 곳이 많아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가총액을 상장유지 요건으로 두고 있는데 주가 1000원 기준까지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관리종목 지정이 곧 상장폐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연속 주가 1000원 이상을 유지하면 시장에 남을 수 있다. 이에 CMG제약은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10주를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1주로 합치는 10대1 주식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도 시행 전후 주가와 시장 상황을 살핀 뒤 지난달 22일 이사회에서 병합을 결정했다”며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가결되면 10월 1~26일 매매 정지를 거쳐 같은 달 27일 병합된 주식이 상장된다”고 밝혔다.

매출 등 상장유지 요건을 둘러싼 바이오 기업의 부담은 이전에도 불거졌다. 신약개발사 셀리드는 2024년 베이커리 업체를 인수하면서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진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는 주가 기준 신설로 바이오사들의 액면병합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신라젠 거래가 중지된 2022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 뉴스1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신라젠 거래가 중지된 2022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앞. 뉴스1

업계도 부실기업을 걸러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의 임상 실패나 경영 문제가 대규모 투자자 피해 우려로 번진 전례가 적지 않다.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문제로 2020년 5월부터 약 2년 5개월 간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당시 소액주주는 17만 명에 달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동전주 가운데 왜 아직 살아남았나 싶은 기업들도 있다. 그런 기업은 정리되는 게 맞다”며 기업의 소통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장기간 R&D가 필요한 혁신기업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지금 같은 제도 아래서 혁신기술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안전한 회사만 살아남는 구조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기업의 소통과 책임도 중요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바이오 분야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주항공·양자 등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기업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는 혁신기술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제도로 시장을 끌고 가는데 국내는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문제있는 기업은 정리하되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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