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피부 MBTI로 질병 예측”…뉴요커 홀린 ‘7초 얼굴스캔’ 마법 [비크닉]

중앙일보

2026.08.13 14:00 2026.09.15 19:2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 얼굴 피부에 나타나는 변화로 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병원 가기 어려운 사람들도 부담 없이 건강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

20여 년 전 한 고등학생이 품었던 질문이다. 이 고민은 대학 입학 에세이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썼던 에세이에 담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구상은 그가 현재 창업한 ‘인공지능(AI) 피부 진단’ 회사와 95% 일치한다. 코넬대 생명공학과와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소를 거친 그는 201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사람들이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에 피부 진단 앱을 설치할 수 있을 거라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순진한”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삼성 사내 벤처 프로그램 C-LAB을 통해 이 꿈은 구체화했고, 2017년 5월 스핀오프(독립)로 이어졌다. 최용준(39) 룰루랩 대표 얘기다.

AI 기반 피부 분석 솔루션 ‘루스킨X(LuskinX)’와 분석 결과 화면 예시. 룰루랩은 AI를 기반으로 피부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뷰티·헬스 케어 테크 플랫폼 기업이다. 사진 룰루랩

AI 기반 피부 분석 솔루션 ‘루스킨X(LuskinX)’와 분석 결과 화면 예시. 룰루랩은 AI를 기반으로 피부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뷰티·헬스 케어 테크 플랫폼 기업이다. 사진 룰루랩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내 피부 ‘MBTI’
룰루랩은 AI를 기반으로 피부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뷰티·헬스 케어 테크 플랫폼 기업이다. 쉽게 말해 AI가 내 피부를 스캔해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시술이나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룰루랩이 운용하는 솔루션의 이름은 ‘루미니(LUMINI).’ 피부과와 검진 센터 등 전문 진단이 필요한 곳에서는 3차원(3D) 분석이 가능한 ‘루스킨X’ 버전이, 화장품 소매점이나 일반 에스테틱에서는 2차원(2D) 평면 분석을 해주는 ‘루미니’ 버전이 쓰인다. 오는 하반기에는 일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룰루랩 본사에서 최용준 대표를 만났다. 사진 룰루랩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룰루랩 본사에서 최용준 대표를 만났다. 사진 룰루랩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룰루랩 본사에서 직접 만난 최용준 대표는 루미니 솔루션에 대해 “같은 피부 사진이어도 기존 피부 분석 장비와 분석하는 알고리즘 기반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미세한 병변을 먼저 정확히 잡아내고, 조명에 따라 결과가 흔들리지 않도록 보정하며, 피부과 전문의가 확인한 데이터로 라벨링(구분) 한다는 게 차별화의 핵심이다.


실제로 루스킨X로 얼굴을 찍어본 결과 약 30초 만에 피부 나이와 종합 점수는 물론 또래 평균과 비교한 수치까지 나왔다. 점수가 50점을 밑도는 항목은 케어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색소침착은 갈색 지도로, 홍조는 별도로 표시해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확대하면 모공 하나하나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다.

흔히 말하는 건성·지성·복합성으로 피부 타입을 나누는 게 아니라, 주름(Wrinkle)·여드름·(Acne)·모공 및 피부 결(Texture)·색소침착(Pigmentation) 4가지 항목으로 나눈 것도 흥미롭다. 앞글자를 따서 ‘WATP’인데, 각 항목의 많고 적음으로 현재 피부 상태를 16가지로 나눠서 제안한다. 마치 최근 유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인 ‘MBTI’ 같다. 최용준 대표는 “모공 85점이라는 숫자 대신 ‘당신은 WASC타입’ 이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데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내 피부 궁금해, 뉴욕에 줄 세운 사연
내 피부 상태에 대한 궁금증은 최근 글로벌 K-뷰티 팬들에게도 관심사다. 피부 타입을 나누는 데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과 달리, 피부 타입의 종류조차 생소한 해외 소비자들의 루미니 솔루션에 대한 반응이 특히 뜨겁다.

룰루랩은 지난 5월 미국 뉴욕 소호에서 열린 ‘송오브스킨 K-브랜드 팝업’에 참여했다. 피부연구소 콘셉트로 꾸려진 전체 팝업 주제에 맞춰 루미니 키오스크 한 대를 설치했는데, 팝업 기간 내내 피부 진단을 받으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총 6일간의 팝업 동안 하루 300~400명, 시간당 60명씩 2000명가량이 피부 진단을 받았다.

뉴욕 행사에서 루미니 AI 피부 분석 기술로 데이터 기반 K-뷰티 경험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룰루랩

뉴욕 행사에서 루미니 AI 피부 분석 기술로 데이터 기반 K-뷰티 경험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룰루랩


최 대표는 “화장을 지우지 않고도 사진을 찍으면 약 7초 만에 결과가 나오는 데 놀라더라”면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스킨케어라는 콘셉트에 대한 뉴욕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

논문 쓰는 회사, LVMH가 알아봤다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룰루랩은 기업에 앞서 연구소를 자처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피부 영상 분석과 의료·뷰티 분야에서 발표한 논문이 36편, 이 중 국제학술지 게재만 17편이다.

지난 2023년 10월 국제학술지 ‘인공지능 인 메디슨(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ine)’에 실린 논문에는 가늘고 애매한 주름을 AI가 헷갈리지 않고 정확히 찾아내도록 학습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담겼다. 웃을 때만 살짝 보이는 눈가 주름까지 잡아낸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논문 작성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며 “참여한 전원이 공동 저자로 등재되는 방식이라, 논문 작성이 직원 개인의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크다”고 했다.

루스킨X의 주름 모드 상세 분석 표. 스캔을 통해 피부 타입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사진 룰루랩

루스킨X의 주름 모드 상세 분석 표. 스캔을 통해 피부 타입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사진 룰루랩


이런 기술력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서 먼저 알아봤다. 삼성 소속으로 2017년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출품할 때는 “프로토타입(시험품)을 보러 와 달라”는 메일 한 통을 돌렸을 뿐인데 LVMH·P&G 등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찾아왔다. 나중에 연구소가 있는 서울 우면동으로 임원진들을 파견했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고.

이렇게 쌓인 해외 레퍼런스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CES 혁신상 4년 연속 수상과 LVMH 혁신 기업 선정 등을 발판 삼아 국가별 뷰티 및 테크 전시회에 참가했고, 글로벌 클라이언트에 진단 키오스크 ‘루미니’를 공급해 피부 데이터 수집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지금까지 쌓인 피부 데이터가 500만 건이 넘는다. 최근엔 국내로도 무대를 넓혀, 뷰티 소매점은 물론 대학병원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임상적 가치가 높은 데이터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초개인화 트렌드 타고, 피부 데이터 트래킹
최근 뷰티 업계 화두는 단연 개인화다. 개인의 피부 상태는 물론 건강, 라이프 스타일까지 반영한 제품을 제안하는 게 당연해졌고, AI 기술이 여기에 속도를 더하면서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됐다.

이런 흐름을 최 대표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드럭스토어들도 대형이든 소형이든 상관없이 피부 분석 서비스를 매장에 두기 시작했다”는 그는 “화장품 소매점에서는 피부 분석이 거의 디폴트(기본값)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게 요즘 흐름”이라고 말했다.

룰루랩은 현재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음 목표는 단순한 피부 진단을 넘어선다. 최 대표는 “지금은 피부를 분석해서 화장품이나 시술을 매칭해 주는 단계지만, 다음은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습관까지 봐주는 서비스를 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모든 데이터가 쌓이면 결국 질병을 예측하는 단계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루랩이 꿈꾸는 라이프 사이언스 기업의 모습이다.
b.뷰티
“요즘 화장품 뭐 써?”라는 질문 뒤에는 생각보다 큰 산업이 있습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지금, 뷰티는 취향의 영역을 넘어 성분과 기술, 유통과 자본이 오가는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었습니다. 비크닉이 브랜드의 화려한 언어 뒤에 숨은 산업의 논리를 들여다봅니다. K-뷰티부터 럭셔리, 글로벌 뷰티까지. 뷰티 산업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읽고 기록합니다.
비크닉

비크닉




유지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