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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한국 떠난 2년간 더 커진 한국전력 이태호

중앙일보

2026.08.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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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한국전력으로 돌아온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 오산=김효경 기자

2년 만에 한국전력으로 돌아온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 오산=김효경 기자

짧지만 큰 경험이었다. 한국전력으로 복귀한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26)가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태호와 보수 총액 7300만원(연봉 5100만원, 옵션 2200만원)에 계약했다. 포르투갈, 체코 등 유럽 리그에서 뛰다 2년 만의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6월 단양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이태호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오산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본 그는 좀 더 강해져 있었다.

지난 시즌 활약한 캐나다 출신 섀런 버논 에반스(등록명 쇼)가 합류하지 않아 연습 경기에서 주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태호는 “(세터 하)승우 형과는 몇 년이 지났지만 잘 맞는다. (이)민규 형도 잘 맞아서 호흡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이태호는 2m3㎝라는 큰 키에 점프력도 좋아 기대를 모았다. 왼손잡이란 이점도 있었다.2018년 고등학교롤 졸업하자마자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차지하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 특성상 기회가 많지 않았다. 군복무 기간을 빼도 5년 동안 54경기에서 85득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6월 단양에서 열린 퓨처스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전력 이태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6월 단양에서 열린 퓨처스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전력 이태호. 사진 한국배구연맹

그러다 보니 2년 전 해외 리그 도전은 다소 급박했다. 그는 “경기에 뛰고 싶었다. 여기선 외국인 선수가 있으니까 기회가 없었다”며“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이라는 점도 컸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 그 전까지 영어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도전을 즐기는 스타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V리그에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연봉 외에도 숙식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다른 리그는 그렇지 않다.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출근도 알아서 하고, 사소한 것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언어 장벽을 넘더라도 문화적 차이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이태호는 어렵지 않았다. 포르투갈 VC 비아나, 체코의 블랙 발리 베스키에서 뛰면서 문제없이 적응했다.

이태호는 “재밌었다. 남들은 돈 주고 유학을 가는데 나는 돈 받고 해외에 가는 것 아닌가”라고 웃으며 “포르투갈에 가기 전에 개인 과외도 받았고, 배구 용어라 큰 차이가 없어 소통도 어렵지 않았다. 혼자 지내는 것도 잘 하는 성격이라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유일하게 힘들었던 점은 원정 경기였다. 한국처럼 전날 적응훈련을 하지 않고 경기 당일에 이동해서 바로 뛰었다. 3~4시간 버스 이동을 하고 뛸 때도 있어 원정과 홈의 경기력 차이가 컸다”고 했다.

당초 이태호는 3년 정도 해외 리그 생활을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1년 빨리 복귀했다. 이태호는 “경험을 쌓고 돌아와 한국에서 잘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석진욱 감독님이 연락주셔서 ‘해보자’고 했다.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돌아왔다”고 했다.

해외 경험을 통해 기량도 성장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마음’의 성장이다. 이태호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 멘털이 약한 편은 아닌데 한국과 달리 거기선 눈치를 보지 않았다”며 “석 감독님도 내게 눈치를 안 주고 편하고 하라고 해주셔서 좋다”고 했다.

석진욱 감독은 이태호에 대해 “해외 생활을 하면서 확실히 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쇼가 체력적으로 힘들 때나 안 풀릴 때 이태호가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팀엔 좋은 세터가 2명이니까 더블 스위치(후위로 간 아포짓과 세터를, 전위로 간 세터와 아포짓을 교체해 높이와 공격력을 올리는 전략)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2년 만에 한국전력으로 돌아온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 오산=김효경 기자

2년 만에 한국전력으로 돌아온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 오산=김효경 기자

뿐만이 아니다. 최근 연습경기에선 간혹 이태호를 미들블로커로도 활용하고 있다. 신영석, 전진선, 진지위 3명의 미들블로커가 있는 가운데, 신장이 좋은 이태호까지 예비 전력으로 활용할 셈이다.

데뷔 초에도 미들블로커로 뛴 적이 있는 이태호는 “그 때는 미들블로커로 뛰면 아포짓에서도 안 좋아졌던 느낌이 있었다. 사실 누가 내 아포짓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닐까란 압박감도 있었다. 지금은 마음 편히 두 포지션을 훈련중”이라고 했다. 이어 “예전엔 몰랐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너무 보여준 게 없더라. 외국에서 한 시즌 뛰면서 올린 득점이 V리그 통산득점보다 많았다. 지금은 뛸 수 있음에 감사하다. 경기를 많이 뛰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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