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66)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재산분할 사건이 또 한번 대법원에 넘어갔다.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14일 재상고했다. 최 회장 측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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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억2900만원…최태원, 시간 벌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실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법률 적용의 적정성만 따지는 법률심이다. 현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파기한 취지대로 파기환송심을 거쳐 다시 올라온 사건이라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이 재상고를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실익이 있다. 앞선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분할액을 지분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게 했다. 최 회장은 개인 보유 자산인 SK(주) 지분을 매각하거나 SK텔레콤 등 우량 자회사 배당을 확대해 현금을 조달해야하는데, 조달 과정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금조달 때까지 확정판결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 SK그룹에서 지급된봉급과 배당금을 빼고 최 회장은 5000억~6000억원 분할액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나 SK(주) 지분 처분이나 담보 대출로 충당 가능한 규모”라면서도 “현금 마련에 시간 확보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최태원 회장 변호인 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최 회장은 지연손해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재산분할은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연 5% 지연이자가 붙는다. 분할액 지급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발생하는 이자만 1억2900여만원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재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 기각 결정을 하더라도, 최 회장이 대략 한 분기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판결 확정 시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재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할 권한도 갖는데 이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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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SK 성장에 노소영 기여 인정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 이상주)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결정했다. 법조계 예상보다 노 관장 몫이 컸다.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SK그룹에 투입된 노 관장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은 ‘불법원인급여’(불법 행위로 얻은 금전)이므로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300억원 비자금’을 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다만 파기환송심은 노 관장의 가사 활동 등이 SK 성장에 기여한 몫이 크다는 점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 법조계에선 “노 관장이 부친의 영향력을 비롯해 최 회장을 유·무형적으로 지원한 면까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이혼 전문 강현지 법무법인 선한 변호사)는 분석도 나왔다.
파기환송심은 분할 소송 과정에 SK 주가가 5배 급등한 점도 노 관장 몫 재산분할액에 유리하게 반영했다. 대법원 판례상 이혼 확정 후 재산분할 소송 과정에 공동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 가치가 급변하면 이를 공평한 청산·분배를 위해 분할액 산정에 반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