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차량이 달리던 기존 4차선 도로(왼쪽)와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현재의 모습. 사진 순천시, 중앙포토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휴식 명소로 각광받아온 순천시 ‘그린 아일랜드’가 존치와 도로 원상복구 여부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그린 아일랜드는 차량이 오가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잔디를 깔아 국제정원박람회장 주변을 녹지로 바꾼 공간이다.
15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순천시의회는 최근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그린 아일랜드 원상복구 실시설계비 1억원을 삭감했다. 앞서 순천시는 그린 아일랜드를 도로로 원상복구하기 위한 설계비 1억원을 추경안에 반영한 바 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당시 조성된 ‘그린 아일랜드’. 차가 달리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잔딧밭을 만들어 시민들이 맨발로 걸어 다닐 수 있게 했다. 사진 순천시
순천시의회는 그린 아일랜드와 인접한 국가하천(동천) 용역이 끝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 방향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청회와 시민설명회 등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도로 원상복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린 아일랜드는 3년 전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위에 잔디를 깐 공간이다. 당시 순천시는 순천만국가정원 인근 강변로 8.9㎞ 가운데 1㎞ 구간에 녹지를 조성했다. 기존 도로와 갓길에 폭 30~50m 잔디를 심은 면적은 2만3871㎡(약 7220평)에 달한다.
그린 아일랜드는 원래 정원박람회장 앞에서 남승룡로를 잇는 강변도로를 녹지로 바꾼 곳이다. 정원박람회장 앞 남승룡로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동메달을 딴 순천 출신 남승룡의 이름을 딴 도로다.
순천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 차량이 달리던 4차선 도로 1㎞ 구간 위에 폭 30~50m 규모로 잔디를 깐 공간이다. 중앙포토
아스팔트를 잔디밭으로 바꾼 그린 아일랜드는 900만명이 찾은 정원박람회 개막 후 “신의 한 수”, “지자체의 역발상이 놀랍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시민들도 “차량이 달리던 시커먼 도로 대신 녹색쉼터가 생겼다”며 반겼다.
정원박람회 이후 명소가 된 그린 아일랜드 철거 논란은 주민 등 466명이 청구한 공익감사 결과가 불을 댕겼다. 감사원은 최근 “순천시가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녹지를 조성해 시간당 최대 1534대의 차량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린 아일랜드 조성 전 해당 도로를 주로 이용했던 운전자들이 기존보다 시간이 더 걸려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은 “주민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 녹지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거나 현재 도시계획에 맞게 도로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순천시와 전남도에 주의를 촉구했다.
순천시 그린 아일랜드 전경. 사진 순천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알려지자 순천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동천 강변로를 이용하던 운전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란 철거 찬성론과 “도심 명소가 사라져선 안된다”는 반대론이 맞서는 분위기다.
그린 아일랜드가 도로로 원상복구된다는 소식에 지역 부동산 카페 등에는 ‘그린 아일랜드 유지 청원’이 게시됐다. 해당 청원에는 “그린 아일랜드는 단순한 잔디광장이 아닌, 오천광장과 동천, 순천만국가정원을 하나로 이어주는 보행자 도로”라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걷고 안전하게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지켜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두 차례 국제정원박람회를 치른 순천만국가정원. 사진 순천시
그린 아일랜드를 둘러싼 철거 논란은 2023년 조성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순천시는 “차량 정체가 심해지니 차로를 막지말라”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특별한 설계를 고안해냈다. 기존 아스팔트 위에 흙(10㎝), 자갈(20㎝), 모래(30㎝) 등을 덮은 뒤 잔디를 깔아 정원박람회 후 도로로 복원하는 상황에 대비했다.
유영철 순천시의회 의장은 “(순천시가 추경에 반영한 설계비는) 당장 그린 아일랜드를 원상복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민 공청회 등에 대한 예산이었다”며 “주민들과 시의원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