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 등 각료 4명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방위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건 지난 2024년 기하라 미노루 당시 방위상(현 관방장관) 이후 처음이다.
교도통신·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오전 7시쯤 참배한 뒤 취재진의 질문엔 아무런 답변없이 현장을 떠났다. 그는 농림수산상과 환경상 때 등 매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방위상 외에 기카와다 히토시(黃川田仁志) 아동정책담당상도 7시30분쯤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 또 오노다 기미(小野田紀美) 경제안보상과 조나이 미치노리 성장전략상은 오전 10시30분 야스쿠니를 방문해 현직 각료 4명이 이날 오전 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대책담당상도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공물 대금을 바쳤다.
이들 외 이날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아리무라 하쿠로 총무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선거대책위원장도 등 자민당 간부 3명도 단체 참배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그간 개별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자민당 간부들은 있었지만 주요 간부들이 단체로 참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에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국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오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일본 현직 각료로는 7년 연속이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다마구시’로 불리는 공물 대금만 사비로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관계 개선이 진행 중인 한국과의 외교 관계는 물론 한미일 3국 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정조회장이던 2021년 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으며, 8월 15일에도 정기적으로 참배해온 정치인이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총리 취임 이후에는 직접 참배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공물만 봉납해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도 전몰자 묘역을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간부들의 야스쿠니 신사 단체 참배에 대해 “일본 보수층을 배려한 움직임”이라며 “향후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환경을 정비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