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지난 6월 2일 ‘친일재산귀속법’이 공포된 만큼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해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경축사를 통해 “국가에 귀속된 친일 재산을 더욱 책임 있게 관리해 그 재원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잘못된 역사의 유산을 바로잡고,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명예와 삶을 지켜내는 일에 국가가 가진 온 역량을 투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축사 도중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의 생을 불살랐던 순국 선열들께, 생존해 계신 독립유공자와 유가족분들께, 고개 숙여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90도 고객숙여 인사도 했다.
이날 남북 관계의 청사진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저는 이 자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1년이 지난 오늘,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우선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이라며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추어야 한다.서로가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하나씩 줄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함께 마주 앉길 바란다”며 “이는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는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 공존'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며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한 걸음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신뢰 구축의 마중물이자 안정적 한반도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것”이라며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적대와 대결에 갇힌 대한민국의 모습은 우리 국민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실현하기에 걸맞지 않다”며 “적대와 대결의 에너지를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동력으로 바꿔내겠다.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공존이 선택이 아닌 의무인 것처럼,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역시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책임과 역할을 해내는 것으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일본과의 관계와 관련해선 “한일 양국이 지난 1년간 활발한 셔틀 외교를 통해 신뢰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실용적 국익 외교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를 모아 공동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한일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 국민 간 굳건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오늘까지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계시다”고 언급했다.
이날 경축식에는 애국지사와 독립유공자 유족, 국가 주요 인사, 정당·종단 대표, 주한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를 비롯해 시민과 학생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경축식은 개식 선언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기념사, 독립유공자 포상, 경축사, 경축 공연,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국민의례에서는 광복 80년 다큐멘터리 ‘모범감옥’에서 백범 김구 선생 역할을 연기한 배우 하도권이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했다. 국제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후학을 양성 중인 소프라노 황수미는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제 영상은 선열들이 품었던 염원과 이를 실현해 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꿈의 릴레이’로 조명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이자 유네스코 기념해로 지정된 김구 선생을 비롯해 안창호, 이회영 등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문화강국, 세계국가, 자주국방의 꿈이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꽃피운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경축 공연에서 마지막은 가수 최유정과 40인으로 구성된 국민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원 드림’(ONE Dream)을 합창하며 국민적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하나 된 목소리로 노래했다.
특히 만세삼창은 광복회장, 독립유공자 후손, 3대 메가프로젝트 담당자, 패럴림픽 국가대표 등 세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국민이 함께했다. 무대 LED 화면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선열들의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으로 구현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 283명에 대한 정부 포상도 수여했다. 황해도 안신여학교 교사로서 여성 계몽 활동에 앞장서고 임시정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김구 선생의 배우자 고(故) 최준례 여사의 후손을 포함해 독립유공자 후손 5명에게 포상될 예정이다. 최 여사는 1911년 황해도 안악군 안신여학교 교사로 여성 계몽 활동에 앞장서고, 1920년 중국 상해 망명 이후 임시정부 활동을 지원한 공로가 인정돼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됐다. 이밖에 안종익·이면응·강정신·정대림 독립유공자의 후손도 이 대통령의 포상을 직접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