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팔았는데” 안 통한다…16년 만에 부활하는 친일재산조사위
중앙일보
2026.08.15 16:48
2026.08.15 19:41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일반민족행위자 제2기 재산조사위원회 운영전략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2010년 활동을 종료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다시 출범한다. 오는 12월 관련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중단됐던 친일재산 조사와 국가 환수 작업도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을 조사하고 국가에 귀속시키는 조사위원회도 다시 가동된다.
친일재산조사위는 2006년 처음 출범해 2010년까지 활동했지만 이후 별도의 조사 기구가 사라지면서 새롭게 발견되는 친일재산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특별법은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친일재산을 후손 등이 이미 처분한 경우에도 처분 대가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확히 했다. 재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 은닉하는 방식으로 국가 귀속을 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친일재산을 찾아내 신고한 사람 등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근거도 새로 마련됐다. 민간 신고를 활성화해 장기간 숨겨져 있던 재산을 추가로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와 관련 백서 등에 따르면 1기 친일재산조사위는 2006년 7월부터 2010년 7월까지 4년간 활동하며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이 보유한 토지 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이미 처분한 후손 24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했다. 당시 국가가 환수한 재산은 시가 기준 총 2373억원에 달했다.
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에는 법무부가 기존에 확인된 친일재산을 대상으로 소송 등을 통해 환수 업무를 이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된 이해승의 후손이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토지 31필지를 매각해 얻은 78억원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조사위 재출범을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2일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을 발족했다.
준비단은 법무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에서 파견된 인력 11명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이영창 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맡았다.
준비단은 조사위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하위 법규를 정비하고 조사 대상과 방식, 세부 조사 계획 등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부처별로 흩어진 토지·등기·보훈 관련 자료를 연계해 추가 환수 대상 재산을 찾아내는 작업도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조사위가 출범하면 1기 조사 당시 확인하지 못했거나 이후 새롭게 드러난 친일재산을 중심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처분된 재산의 매각대금 등도 환수 대상에 포함되면서 실제 국가 귀속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주목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후 환수된 친일재산은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