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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관중도 울었다…“지진 뚫고 역전극” 日야구소년들의 기적

중앙일보

2026.08.16 00:19 2026.08.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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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3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아리아케고 응원단이 승리가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3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아리아케고 응원단이 승리가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2023년 가을 일본에서 방영된 TBS 드라마 ‘하극상 야구소년’은 미에현의 가상 학교 에츠잔고 야구부가 온갖 역경을 딛고 고시엔에 진출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실화가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다. 주인공은 구마모토현 대표 아리아케고다. 야구부 창단 30년 만에 처음으로 고시엔 무대를 밟은 아리아케고는 16일 3차전에서도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매 경기 모두 역전승이었다.

드라마 속 에츠잔고는 고시엔 첫 경기에서 한 점도 내지 못하고 패했지만, 현실의 아리아케고는 첫 출전에서 내리 세 번의 역전극을 써 내려갔다.
고시엔 역사상 첫 출전에서 8강에 오른 것은 1950년 세이세이코고 이후 76년 만이다.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3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아리아케고 응원단이 승리가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3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아리아케고 응원단이 승리가 확정된 순간 환호하고 있다.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아리아케고가 올여름 고시엔의 주인공이 된 것은 단지 '첫 출전 8강'이라서가 아니다.
아리아케고는 지난달 28일 강진이 덮친 구마모토현 대표로 나왔다. 출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신칸센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지진으로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되자, 급히 버스로 바꿔타고, 하카타역으로 이동해 고시엔으로 이동해야 했다.


선수들은 매 경기 구마모토 주민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주장 사네다 사토시(實田聡志)는 첫 경기를 앞둔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용기와 활력을 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사네다 자신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피해자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자택이 반파되자 깨진 창문을 통해 탈출한 뒤 한동안 차와 텐트, 이후엔 가설주택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카미 가즈시게 감독도 이날 4-1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지진 피해로 구마모토 주민들이 피난소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을 언급하며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8회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 히로사와 료타로(広沢遼太朗)도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그동안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겠다고 말해 왔다”며 “비록 작은 힘이지만 그 약속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아리아케고 돌풍의 숨은 공로자 중 하나는 응원석의 취주악단이다.
고시엔에 단골로 출전하는 명문교들이 대규모 취주악부를 갖춘 것과 달리 아리아케고 취주악부의 인원은 4명뿐이었다. 고시엔 출전을 응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여름 3차전 경기에서 아리아케고 응원단.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여름 3차전 경기에서 아리아케고 응원단.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이 소식이 알려지자 졸업생과 연주 경험이 있는 재학생, 지역 시민악단 단원, 다른 학교 교사 등이 힘을 보탰다. 그렇게 약 30명 규모의 ‘즉석 브라스밴드’가 꾸려졌다.
이날 응원석 취주악단에 있던 니시야마(西山)는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을 보여주듯 16일 고시엔 구장 1루 측 아리아케고 응원석의 취주악단은 제각기 다른 복장을 입고 연주했다.
붉은색으로 복장을 통일한 상대 학교 응원단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아리아케고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특급 유망주가 없다.
대회 전 전력 평가에서도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끈끈한 수비와 득점 기회에서의 집중력을 앞세워 매 경기 승부를 뒤집고 있다.

1차전에서는 리쓰메이칸 우지고에 8회까지 2-3으로 뒤졌지만 9회 초 4점을 뽑아 6-3으로 역전승했다. 2차전에서는 나가사키 니치다이고에 1점을 먼저 내준 뒤 2회와 3회 3점을 올려 3-2로 이겼다.
3차전도 히가시니혼국제대 쇼헤이고를 상대로 7회까지 0-1로 끌려가던 아리아케고는 8회 초 한꺼번에 4점을 뽑았다. 1사 후 기습번트 안타, 볼넷, 더블스틸 등으로 2사 만루를 만든 뒤 히로사와 료타로가 좌전 2타점 적시타로 역전했다.

경기 종료 순간 아리아케고 응원석뿐 아니라 경기장 곳곳에서 두 팔을 들고 환호하는 관중이 눈에 띄었다. 구마모토에서 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들이 해냈다. 너무 고맙고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여름 3차전 경기에서 아리아케고 응원단.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16일 열린 제108회 고시엔 여름 3차전 경기에서 아리아케고 응원단. 오사카=유성운 특파원

아리아케고가 대회 전부터 내걸었던 목표는 8강이었다. 이날 승리로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탄 아리아케고의 돌풍이 8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날 아리아케고 응원석은 빈자리를 거의 찾기 어려울 만큼 가득 찼다. 상대 팀 응원석을 제외한 경기장 곳곳에서 아리아케고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선수들의 체류비 및 응원단 교통비를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지원도 목표액인 500만엔(약 4500만원)을 달성했다.
학교에 따르면 당초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는 졸업생 등을 중심으로 약 150명이었다.
그러나 7일 1차전 역전승을 거둔 직후부터 급증해 14일 정오 기준으로 후원자는 600명을 넘었다.
후원자의 절반 이상은 구마모토현 외부 출신이라고 한다.

해당 웹페이지에는 “노토반도 지진 때 구마모토에서 격려를 받았다. 뜨거운 경기를 보여달라” “지진으로 지쳐 있었는데 모교 교가를 듣고 힘을 얻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아리아케고의 4강 진출 여부를 가릴 준준결승은 18일 오후 3시 30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군마현 대표 겐다이 다카사키고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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