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을 떠난 남미축구연맹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축구계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유에서다. 사진은 지난 2026 월드컵 16강전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경기. 홈팀 멕시코가 2-3으로 졌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둘러싼 세계 축구계 갈등이 대륙연맹의 지각 변동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의 맹주인 멕시코가 연맹을 탈퇴하고 남미축구연맹(CONMEBOL)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스페인 마르카와 미국 아스USA 등은 최근 “멕시코축구협회(FMF)가 CONCACAF를 떠나 CONMEBOL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 인판티노 회장의 정치적 입김이 작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의 남미행 가능성은 과거에도 간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FIFA 수뇌부의 정치적 구상 및 이해관계가 맞물려 구체적으로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FIFA 총회 당시 FIFA 부회장 겸 CONCACAF 회장 빅터 몬탈리아니(위)가 연단으로 향하며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CONCACAF는 최근 인판티노 사태에서 반대쪽에 섰다. AP=연합뉴스
발단은 FIFA 내부 권력투쟁이다. 4연임을 노리는 인판티노 회장은 2026 북중미월드컵 직후 FIFA의 지배구조 개편 및 월드컵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유럽축구연맹(UEFA)·아시아축구연맹(AFC)·CONCACAF 등 주요 대륙연맹과 대립했다. 그 와중에 FMF는 CONCACAF 회원국의 공동 스탠스에서 이탈해 인판티노 회장을 지지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CONCACAF를 견제하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한 FMF에 CONMEBOL 이전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전 멕시코와 에콰도르 경기 당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미켈 아리올라 멕시코축구연맹(FMF) 회장이 나란히 서 있다. 미켈 아리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FMF는 인판티노에 반기를 든 CONCACAF와 달리 인판티노 쪽에 섰다. AFP=연합뉴스
FMF 등 멕시코 축구계와 팬들도 CONMEBOL 이전을 원하는 분위기다. 북중미월드컵에서 홈 이점을 안고도 16강에서 탈락하자 멕시코 축구계에서는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수준 낮고 상업적으로 편중된 CONCACAF를 떠나 남미(CONMEBOL)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르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 등 세계 최정상급 대표팀 및 프로리그와 경쟁을 통해 멕시코 대표팀과 프로리그(리가 MX)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경제적 실익도 분명하다. 세계 축구 변방 북미를 떠나 유럽과 양대 축인 남미로 옮기면 국가대항전(코파 아메리카)과 클럽대항전(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을 통해 얻는 중계권 및 대회 상금 수입 등도 급증한다. 실제로 2025년 클럽대항전 우승 상금만 북중미 챔피언스컵이 500만 달러(68억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가 2300만 달러(317억원)였다. 최대 걸림돌이던 월드컵 본선 진출 난이도 역시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해결됐다.
지난해 남미클럽대항전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우승한 브라질 플라멩구가 트로피 세리머니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대회 상금이 북중미클럽대항전인 북중미 챔피언스컵의 약 5배다. AP=연합뉴스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소속 대륙연맹을 옮긴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 AFC 소속이었으나 정치적 보이콧을 꺼낸 중동국가들에 밀려 쫓겨난 뒤 UEFA에 정착했다. 호주는 월드컵 직행권을 얻기 위해 2006년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서 AFC로 소속 연맹을 바꿨다. 과거 AFC 소속이었던 카자흐스탄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을 위해 2002년 소속을 바꿨다. 변경이 쉬운 일은 아니다. 멕시코의 경우 실제로 이전하려면 CONCACAF의 탈퇴 승인과 CONMEBOL의 가입 의결, FIFA 총회 통과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