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었다. 뉴욕주립대 유학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리옌훙(李彦宏)은 귀국 비행기를 탄다. 검색엔진 전문가였던 그가 만든 회사가 바로 바이두(百度)다. 전형적인 ‘하이구이(海龜·해외 유학 후 돌아온 인재)’다. 미국 유학에서 배운 기술로 중국에서 창업하는 게 당시 성공 방식이었다.
공식은 바뀌고 있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은 저장(浙江)대 출신이다. 그는 유학 경험은 없지만 미국을 능가할 만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니트리의 왕싱싱(王兴兴) 역시 상하이대를 나왔고, 즈푸AI의 장펑(张鹏)은 칭화대에서 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캠브리콘의 천톈스(陈天石)는 중국과기대 소년반 출신이다. 지난 10년 동안 창업한 혁신 기업 CEO 10명 중 8명이 토종 인재들이다. 그들이 중국을 기술 추격자에서 혁신 선도자로 바꾸고 있다.
중국 대학의 교육 품질이 그만큼 높아졌다. 저장대는 하버드대를 밀치고 네이처 인덱스의 세계 연구대학 랭킹 1위에 올랐다. 상위 10위 중 9개가 중국 대학이다. 생태계가 인재를 키운다. 알리바바·화웨이·텐센트 등 빅테크가 혁신 벤처에 자금 마중물을 댄다. 즈푸AI 장펑은 칭화대 실험실에서, 캠브리콘 천톈스는 중국과기대 연구실에서 창업했다. 대학 실험실과 시장 사이의 거리가 좁아졌다.
‘트럼프의 역설’도 작동한다. 미국 대학에서 활동하던 석학급 중국인 교수들은 미국의 반(反)이민 정책에 질려 귀국길에 오른다. 그들은 같은 이유로 미국 유학이 막힌 학생들을 중국 대학 연구실에서 만나 기술을 전수한다. 그렇게 중국은 ‘인재 자립’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 대학은 과연 인재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실험실 인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낼 혁신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가?’ 중국의 토종 인재 약진이 우리 정부와 기업, 대학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