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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부동산 대책 닮아가는 형사사법 정책

중앙일보

2026.08.16 08:08 2026.08.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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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사회부 기자

박현준 사회부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대책과 형사사법 정책은 묘하게 닮았다. 일단 제도를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버린다. 전문가들조차 두 손 든다. 복잡해진 부동산 세제에 계산기를 던져버린 세무사, 난도질된 형사소송법에 법전을 놓아버리는 법조인이 속출한다.

복잡한 제도의 수혜자는 부자와 권력자다. 대출을 틀어막으니 현금 부자들만 신났다. 서민과 2030청년층, 고령층은 직격탄을 맞았다. 민주당이 “훨씬 더 좋아진 법”이라고 강변하는 새 형사소송법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을 해체하고는 경찰,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특별사법경찰에 수사권을 흩뿌리고 절차를 이해하기 어렵게 막고 뚫다 보니, 범죄 수사가 미로가 돼버렸다. 당장에 피해자가 고소를 어디에 해야 할지부터 헷갈린다. 몸값 비싼 변호사를 살 수 있는 이들만이 미로를 탈출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 강남과 비강남으로 갈리는 정교한 부동산 계급사회를 구축했듯, 앞으로 치안 서비스도 재력과 거주지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로 갈리게 될 게 뻔하다. 벌써부터 지방에선 토호와 지역 경찰, 조직폭력배가 호형호제하고, 견제 없는 권력을 누리면서 ‘다이묘’ 노릇을 한다는 말이 들린다. 검찰청 폐지의 후폭풍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 상급지 거주자라면 기존과 비슷한 치안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국회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형소법 개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형소법 개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부와 민주당이 새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난민들이 쏟아진다. 주거지에서 밀려나 이삿짐 보따리를 꾸리고 외곽으로 몸을 옮긴다. 차라리 그냥 놔두라는데도 정부와 민주당은 막무가내다. 온 국토가 부동산 실험실이다. 부동산 실험보다 더 나쁜 건 형사사법 실험이다. 무고한 피해자를 핍박하고 가해자를 풀어주게 되면 국가 자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한국인이 오랫동안 공유한 사회적 자산 중 하나는 ‘어디서나 비슷한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한국에선 노트북을 카페에 두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가지 않는다는 외국인의 경험담에 우리가 소소하게 즐거워했던 것도 그런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는다는 예측 가능성은 사회 존립의 근간이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고치면 되고, 집값은 다시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형사사법 실패가 가져온 국민들의 피해, 그 실패로 추락한 국가에 대한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 이대로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트북이 도난당하는 나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박현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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