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독립유공자 후손 등 국민 대표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무대 화면에 나오는 인물은 AI로 재현한 우당 이회영,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선생(왼쪽부터)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대화를 제안했다. ‘북한 체제 존중’에 방점을 뒀던 지난해 경축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에 ‘종전’ 논의를 공식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15에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대북 3원칙’(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금지)을 제시했다. 그런 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와 올해 3·1절 기념식, 지난 6월 바티칸 특별미사 등에서 거듭 이 원칙을 강조했다. 집권 1년을 넘긴 이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엔 “1년이 지난 오늘,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종전 논의 구상을 내놨다.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북한에 꾸준히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긴 했지만, 이처럼 종전 논의를 공식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닌 의제로 거론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남북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단계적 절차를 밟기보다는 다자 대화의 틀에서 평화 체제 전환과 북핵 문제를 동시에 다루자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대화에 참여할 ‘당사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학계와 외교가에선 남북 및 미국·중국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대화의 가능성을 크게 본다. 통일부는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한국·북한·미국·중국 간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이미 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포용적 평화 공존 ▶안정적 평화 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세 가지 청사진을 제시하며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래’를 10차례 언급한 이 대통령은 “우리 안의 장벽부터 허물어가야 한다. 차이가 적대가 되어선 안 되고, 증오와 배척, 갈등이 국가의 전진을 가로막게 해서도 안 된다”며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의 지형이 뒤바뀌는 국가 대항전 앞에서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원팀”이라며 “국민주권 정부부터 타협과 공존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안보 포기 선언”(장동혁 대표), “우리만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한심한 구걸’”(최보윤 수석대변인)이라고 비판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장해제’ 운운은 철 지난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전수미 대변인)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