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14일 방한 중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산업통상부]
미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서두르라며 한국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예정에 없던 방미길에 올랐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날 전격 경질된 직후, 산적한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일정이 조율됐다.
김 장관의 방미는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후 약 3주 만이다. 김 장관은 현지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연내 1호 프로젝트를 선정한다는 방침 아래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은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낼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미 투자 집행 속도에 불만을 표하며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양국이 합의한 관세율(15%)을 올릴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는 미국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상업적 합리성 등을 따져보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방미 당시 “캐시플로(현금 흐름)가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측과) 논의 중”이라며 8월 말~9월쯤 1호 사업을 가시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일정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여한구
한편 여 전 본부장이 15일 0시부로 직권면직된 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감한 한·미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외 협상 때는 장관 대접을 받는 실무 총책임자의 전격 경질은 이례적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경질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미 협상 등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적 사유로 파악됐다. 다만 여 전 본부장 측은 자신을 향한 비위 의혹이 지라시 형태 등으로 떠돌자 “실제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기민한 대응이 힘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미 투자 협상은 그동안 김정관 장관이 주로 끌고 가는 이슈였다”며 “파고가 높아지는 타이밍이지만, 긴밀히 소통하면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의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직권면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강형석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임명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부당한 권한을 행사한 혐의로 감찰 조사 후 직권면직됐고, 김인호 전 산림청장은 취임 6개월여 만인 지난 2월 음주운전 사고로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