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용산공원에 아파트 2만 가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 절벽으로 부동산 대란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서울 도심에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300만㎡ 규모의 용산공원 가운데 30만㎡의 용산어린이정원이 거론됐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닥치고 공급’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절박성은 이해할 만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큰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까지 아파트 단지로 바꾸는 건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2006년 8월 24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서울 용산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된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이들로부터 건네받은 희망의 나무를 퍼포먼스 상징물에 꽂은 후 박수를 치고있다. 중앙포토
용산공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제정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국가공원으로 조성됐다.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국민에게 녹지로 돌려주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었다. 당시에도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자 아파트를 짓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됐다. 법엔 “국가는 본체 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4조 2항)도 들어 있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깨고 집을 지으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원 조성 계획을 변경하려는 취지의 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이 수천 건이나 달렸을 정도로 여론은 부정적이다. 미군의 반환 절차가 끝나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토양오염 정화 문제까지 있어 개발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닥치고 공급’ 의지는 필요하지만 공급 목표에 쫓겨 계획의 현실성을 따지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과 최근 8·13 대책을 통해 총 158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지만 이번 정부 임기 내 입주 물량은 거의 없다. 기존 물량의 착공을 앞당기고 실행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를 합리화해 민간 공급부터 끌어내는 것이 순리에 맞다. 김 국토장관은 “(용산공원은) 1㎝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20일 만난다.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과 그린벨트 해제는 중앙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일 일도, 담판으로 결론 낼 일도 아니다.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부동산 공급 계획이 만들어져야 시장의 신뢰도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