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의 자전거 도로 경주 볼타 아 포르투갈에서 사망한 핀레이 탈링(19·영국)의 사고 후 프로 사이클링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4일 탈링은 경기 도중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은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국제프로사이클선수협회(CPA)는 그의 죽음에 “말문이 막히고 분노로 가득하다”며 젊은 선수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현실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탈링의 죽음은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프로 사이클링의 안전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선수들의 속도는 기록적으로 빨라지고 있지만, 그 속도를 전제로 한 헬멧 안전기준과 경기 코스 통제 시스템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탈링은 영국 사이클링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이었다. 지로 디탈리아 스테이지 우승 경험이 있는 조시 탈링의 동생으로, 핀레이 탈링 역시 이번 대회 타임트라이얼에서 강점을 보인 유망주였다.
포르투갈 사이클링 투어 중 사망한 핀레이 탈링이 속한 MSN팀의 라이더들이 8스테이지를 출발하고 있다. 탈링은 대회 11스테이지 레이스 중 교통사로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프로 사이클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수들은 내리막에서 최대 시속 60마일(약 97㎞)까지 속도를 낸다. 지난달 열린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11구간에서 펠로톤 평균 시속 50.91㎞라는 새로운 기록이 작성됐다. 반면 도로 위에서 고속으로 질주하는 선수들의 신체를 보호하는 장비는 사실상 헬멧이 유일하다.
BBC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도로 사이클 경기에서 숨진 선수는 6명이다. 2024년 세계선수권 주니어 도로경기에서 사고를 당한 뒤 한 시간 넘게 발견되지 않아 머리 부상을 치료받지 못했던 스위스의 무리엘 푸러(당시 18세), 2023년 투르 드 스위스 내리막에서 고속 충돌로 숨진 지노 메더(당시 26세) 등이 대표적이다. 탈링은 올해 도로 사이클 경기에서 발생한 첫 사망자다.
애덤 한센 CPA 회장은 특히 헬멧 안전기준의 강화를 요구했다. 그는 현재 유럽의 자전거 헬멧에 적용되는 EN 1078 기준에 대해 선수들의 안전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N 1078은 약 시속 19.5㎞의 속도로 이뤄지는 충격 시험을 포함한다. 그는 프로 선수들이 내리막에서 시속 100㎞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이 충분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헬멧은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자전거 헬멧에 대한 별도의 안전기준을 두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자전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 안전기준으로, 프로 사이클링에서 발생하는 고속 충돌을 별도로 상정한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헬멧 안전기준 외에도 이번 사고는 프로 사이클 경기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를 보여줬다. 도로 사이클은 장거리 공공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기 구간 전체의 모든 도로와 진입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투르 드 프랑스 같은 대형 대회의 일부 구간은 완전 폐쇄도로를 사용하지만, 많은 월드투어 경기는 경찰 오토바이와 경기 운영 차량을 이용해 선수들이 지나가는 동안 도로를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롤링 로드블록(rolling roadblock)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펠로톤에서 뒤처진 선수에게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 선두 그룹이 지나가면 일반 운전자들이 경기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해 다시 도로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악 구간에서는 선두 그룹과 뒤따르는 선수 사이에 최대 45분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센 회장은 경기 운영은 대체로 훌륭하지만 탈링에게 벌어진 사고는 “시스템에 생긴 구멍”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