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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버티고 트럼프는 조급하다…이젠 ‘고통 견디기’ 싸움

중앙일보

2026.08.16 14:28 2026.08.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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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로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6월 17일 서명)에서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로 약속했던 60일의 협상 시한이 아무 성과 없이 지나가면서 이란전이 경제적 고통을 더 오래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경제적 인내력 대결’로 전환하고 있다. 이란전이 장기화하며 이어지는 고물가와 고유가가 11월 미 중간선거 표심을 흔드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제재 등을 통해 이란의 고립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선박 두 척을 공격한 데 대해 “이란은 이를 통해 추가적인 경제 제재에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실질적 교전 재개를 꺼리더라도 기꺼이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국제위기그룹(ICG)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부국장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그간 미국과의 치킨 게임에서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면 결국 미국이 먼저 방향을 튼다’는 교훈을 얻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한다고 믿는 체계에서 실존적 위협은 오히려 결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날 미국에 “해협은 이란의 지휘하에서만 열리고 닫힐 것이며, 미국이 패배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봉쇄는 계속될 것”(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 차관, 엑스(옛 트위터) 게시글)이라며 아예 노골적인 패배 선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란군은 미군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면 3만 달러를 주겠다며 현상금을 내걸었다.

WSJ는 “이란은 해협 봉쇄로 유가가 올라가면 미국이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양쪽이 서로 상대방에 경제적 고통을 가중하려 노력하면서 이들이 지난 6월 합의한 MOU에 기반한 외교적 해법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란이 이전과는 달리 호르무즈해협 관할권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개전하며 설정했던 목표도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제 이란전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현실을 전제로 한 뒤 관리 모드에 들어가려는 기류다. 그는 전날 뉴욕 가든 시티 정치 유세에서 “아주 사악한 국가”의 핵 보유를 막을 수 있다면 “아주 조금 가솔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이며, “두 번째 목표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SJ는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최근 몇 주간 백악관에서는 이란과의 핵 합의 타결에 비관적 기류가 강해졌고, 트럼프는 이란의 경제를 쥐어짜서 해협을 개방하고 승리를 선언한 뒤 이란전 국면에서 빠져나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협상에서는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쪽이 불리하기 마련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미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가 더 급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반면 이미 장기화한 제재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이란은 연료 및 전력 배급과 외화 통제 등을 통해 생존경제 체제로 전환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제재의 무서운 점은 견딜 만하다가도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강도가 빠르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이란이 핵 합의(JCPOA)에 응한 배경도 리알화 가치 폭락 등으로 경제가 빠른 속도로 붕괴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도·실용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결국 이로 인해 민심이 대미 강경 지도부에 등을 돌린 결과였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르면 이번주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는 해상 봉쇄와 맞물려 이란에 큰 고통을 주는 “원투펀치 연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위해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단체도 제재)을 활용해 중국 은행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재무부는 대형 중국계 은행 두 곳에 대해 이란 자금 이동에 관여하는 게 입증되면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는데, 이들을 실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다른 금융기관에도 경고 효과를 줄 수 있다. 또 이란 해상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이는 중국의 독립계 ‘티팟(teapot)’ 정유사들에 대한 2차 제재도 열려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9월 말로 예상되는 데다 중국이 또다시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 제한 등 보복 조치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에이브러햄 링컨함. AP=연합뉴스

에이브러햄 링컨함. AP=연합뉴스


한편 대이란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15일(현지시간) 중동에 배치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찾았다. 장기 파병 여파로 승조원 투신 시도 주장이 제기되는 등 장병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직접 방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링컨함에는 약 5000명이 복무 중이다. 그는 링컨함에 승선해 “역사는 이번 링컨함의 파병을 현대 해군사에서 가장 강도 높고 중대한 작전 배치 가운데 하나로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링컨함 승조원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고리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식량 부족과 식수 오염, 위생시설 고장 및 정신건강 악화 의혹을 조사하라고 국방부(전쟁부)에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 14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링컨함 배치가 너무 길어진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게 길지 않다(Not nearly long enough)”고 답한 데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육군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 복무한 적 있는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우리 모두 분노해야 할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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