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상가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점포 유리창이 깨지고 도로 아스팔트가 뜯겨 나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거제시 50㎜/h 이상 호우로 피해 우려, 주민께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9시31분 경남도가 거제시 주민에게 보낸 재난문자다. 이때만 해도 집중호우에 대비한 ‘대피 권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산사태와 하천 범람, 저수지 월류 위험이 잇따랐고 도로와 대중교통은 끊겼다. 약 12시간 동안 쏟아진 20여 개의 재난문자에는 밤사이 급박했던 거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첫 위기 신호는 ‘산’에서 왔다. 거제시는 16일 오후 11시6분 옥포동과 장목면·능포동·장승포동·일운면·동부면·남부면 등에 산사태 경보를 내리고 산림 주변 접근과 통행을 금지했다. 자정을 넘기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17일 오전 1시5분 낙동강홍수통제소는 고현천 독봉교 지점에 홍수정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고, 거제시도 16분 뒤 강가와 산책로, 저지대 도로 등의 출입을 금지하고 인근 주민에게 대피를 당부했다.
17일 경남 거제시 연초면 송정리 송정터널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한 차량이 흘러 내린 토사에 파묻혀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2시가 넘자 대피 대상은 사실상 거제 전역으로 확대됐다. 거제시는 오전 2시10분과 2시17분 잇따라 “거제시 전역에 있는 시민은 산사태 위험과 하천 범람 등 위험요소에 대비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해 달라”고 반복해 알렸다. 수위 상승에 댐과 하천 상황도 다급해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구천댐(초당 80t 이내)과 연초댐(초당 60t 이내)의 자연방류가 예상된다며 하천 주변 주민에게 이동을 요청했다. 이어 이날 오전 2시42분에는 문동저수지의 월류 위험이 높아지면서 인근 주민에게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문자가 발송됐다. 고현천 일대 자동차와 보행자 통행도 금지됐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상가에서 주민이 집중호우로 진흙과 각종 집기가 뒤엉킨 점포 내부를 가리키며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야 이날 오전 2시48분. 거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재난문자가 날아왔다. 거제시는 “호우로 인한 피해지역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하니 안전한 구역으로 대피해 달라”고 알렸다. 침수는 빠르게 도심으로 번졌다. 오전 3시1분 수월동 한 아파트 정문 일대가 잠겨 차량 통행이 제한됐고, 오전 3시48분에는 서정천이 범람했다. 오전 4시3분에는 수월천과 고현천에서도 수위 상승으로 일부 범람했다.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5시12분 주요 도로와 터미널 침수로 시내·시외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오전 5시46분에는 택시도 운행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왔다. 거제시는 같은 시각 도로 곳곳이 침수돼 자동차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며 출근길 이동 자제를 당부했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이 토사에 파묻혀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6시7분에는 거제시 전역에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다. 오전 7시41분 경남도는 산림 인근 주민에게 신속한 대피를 다시 요청했고, 3분 뒤 한국농어촌공사는 기록적인 강우로 거제지역 저수지 수위가 상승해 제방을 넘어 물이 흐를 위험이 있다며 저지대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산사태로 도로까지 끊겼다. 거제시는 명진터널 양방향과 신현1교 삼거리 등의 통행을 제한(오전 7시48분)했다. 그리고 오전 9시9분, 밤사이 이어진 재난문자는 “도로 유실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는 안내로 이어졌다. 거제시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