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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제 산사태 생존자 “자다가 우르르…눈 뜨니 깔려 있었다”

중앙일보

2026.08.17 00:39 2026.08.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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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산사태가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A아파트 매몰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천모씨 가족이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다. 천씨 아내인 김모씨는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 천씨도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안대훈 기자

17일 오전 산사태가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A아파트 매몰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천모씨 가족이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다. 천씨 아내인 김모씨는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 천씨도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안대훈 기자


“자다가 ‘우르르’,‘쾅쾅’ 해서 눈 뜨니 깔려 있었어요.”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한 병원 입원 병동에서 만난 천모(50대)씨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같이 말했다. 천씨와 아내(50대)·딸(10대)은 이날 새벽 인근 야산에서 쏟아진 흙더미와 돌덩이가 덮친 거제 옥포동 한 아파트 매몰 사고 현장의 생존자다. 6시간 동안 5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탓에 인근 야산에서 난 산사태가 들이닥친 이 아파트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아파트 104동 1층에 혼자 살던 20대 남성은 집 안에 들이닥친 토사에 파묻혔다 구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이 남성은 거제 조선소에 다니는 근로자로 확인됐다.

사망자와 같은 동 1층에 살던 천씨 가족은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다. 천씨 역시 거제 대형 조선소 근로자다. 당시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천씨는 “베란다부터 거실·부엌·큰방까지 토사가 들어왔고, 집기류가 집 밖까지 밀려 나갔다”며 “거실에 우리 부부가 자고 있었는데, 토사에 밀려 넘어진 책장이 우리 위를 받쳐줘서 얼굴까진 묻히지 않아 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큰 방에 자고 있던 딸이 깨진 창문으로 빠져나가 주민들에게 ‘살려달라’ 외치니 주민들이 와 우리 부부를 구해줬다”고 했다. 천씨는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생채기가 생겼고 아내는 왼쪽 팔이 부러졌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딸은 친척 집에서 돌보고 있다고 했다.

17일 오전 산사태가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A아파트 매몰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 생존한 천모씨 가족이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다. 천씨 아내인 김모씨는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 천씨도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안대훈 기자

17일 오전 산사태가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남 거제시 옥포동 A아파트 매몰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 생존한 천모씨 가족이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다. 천씨 아내인 김모씨는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 천씨도 얼굴과 팔다리 곳곳에 찰과상을 입었다. 안대훈 기자

산사태가 발생한 오전 4시 32분쯤 이 아파트 곳곳에선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이웃 주민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104동 2층에 사는 주민 박종기(78)씨도 “집 안까지 밀고 들어온 흙더미를 조심스레 밀어내고 겨우 탈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박씨는 “사망자가 살던 집과 천씨 가족 집은 흙더미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와 반대편 창문까지 뚫고 나왔다. 내부를 싹 휩쓸어버렸다”며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이 삽을 들고나와서 흙 파내서 구했다”고 했다.

이 아파트 뒤편으론 낙석 방지 울타리와 깎아내린 산비탈의 압력을 막기 위한 옹벽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산사태로 밀려든 흙더미에 펜스와 옹벽은 모두 훼손됐고, 동 사이에 있는 통로를 따라 토사가 흘러들며 1·2층 저층부(8세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104동과 인접한 103동에서는 입구를 틀어막은 흙더미와 차량을 중장비로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아파트 103동 1층에 거주하는 주민 홍모(56)씨는 “흙더미와 거기에 휩쓸린 차가 우리 동 입구를 막았다. 한동안 대피하지 못하다 소방에 구조됐다”고 전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 내부까지 밀려들어 집기와 시설물 등이 파손돼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 내부까지 밀려들어 집기와 시설물 등이 파손돼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흘러져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20260817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흘러져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20260817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 중 70세대 150명이 인근 중학교로 몸을 피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황모(41·104동 14층 거주)씨는 “오전 4시쯤 산사태에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며 “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데리고 지갑과 전화기만 챙겨 급히 집에서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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