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인공지능(AI) 랠리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높은 장기채 금리가 AI 관련 주가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막대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는 AI 랠리를 위협할 핵심 변수로 장기금리 상승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 재무부의 30년물 국채 입찰 낙찰금리는 연 5.22%로 2001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앞서 10년물도 4.68%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물가지표가 안정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 우려가 낮아졌지만,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확대 등이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금리 상승은 특히 AI 관련 기술주에 직격탄이 된다. AI 기업은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미래 수익의 가치가 낮아져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도미니 임팩트 인베스트먼츠의 마리아 예레나 이사는 블룸버그에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높은 주식일수록 금리가 오르면 매도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AI 투자도 금리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AI 인프라 투자액은 올해 7400억 달러(약 1100조원),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4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현금 흐름으로 투자비를 충당해왔지만 최근에는 채권 발행 등 차입도 늘고 있어 금리가 오를수록 조달 비용도 커진다.
다만 아직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고금리 충격을 막아내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IT 업종은 71% 급증할 전망이다.
관건은 이 같은 실적의 힘이 높은 금리를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느냐다.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장기금리가 함께 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미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고, AI 투자를 위한 기업의 자금 수요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민간의 자금 수요로 인해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 장기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한국 증시에도 부담이 된다. 수익률이 높은 미 국채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면 한국 주식·채권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 국내 시장금리 상승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