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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당신에겐 ‘원칙’이 있습니까

중앙일보

2026.08.17 08:08 2026.08.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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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 경제부 기자

박유미 경제부 기자

2007년 사회 초년생이던 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차이나 펀드 열풍에 올라탔다. 하지만 중국의 긴축과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가 겹치며 신흥국 증시는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한 달에 20% 넘게 오르던 수익률은 어느새 20%대 손실로 바뀌었다. 유행을 좇은 전형적인 ‘주린이’의 잔혹사였다.

그 무렵 한 선배가 쓴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시장을 배우기 위해 펀드를 수집한다”고 했다. 펀드를 갖고 있으면 시장을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는 얘기였다. 이후 나도 관심 있는 펀드를 소액 적립식으로 사 모으며 시장에 ‘수업료’를 냈다. 시간이 지나자 변동장에서도 꾸준한 펀드 몇 개가 추려졌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처음 주식 계좌를 텄다. 좋아하는 BTS의 하이브를 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관심 있는 기업을 조금씩 담았다. 주주가 되니 기업 실적과 산업 동향이 눈에 들어왔다. 성과는 갈렸다. 여기서 또 배웠다. 무엇을 살지보다 언제 팔지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지난 2월 2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코스피 6000’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박유미 기자

지난 2월 2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코스피 6000’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박유미 기자

여러 번 수업료를 치른 끝에 남은 내 기준은 두 가지다. ‘감당할 수 있는가’ ‘기다릴 수 있는가’.

돌아보면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투자의 구루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지혜와 맞닿아있다. 피터 린치는 “자신이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했고, 찰리 멍거는 “큰돈은 매매가 아니라 기다림에서 나온다”고 했다. 해리 브라운은 주식·채권·금·현금을 각각 25%씩 담는 ‘영구 포트폴리오’를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25%라는 숫자보다 미리 정한 규칙을 지키는 데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상승장에서 더 사고, 하락장에서 파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이라며 “미리 정한 비중으로 되돌리는 규칙이 이런 구조적 악순환을 끊는다”고 설명한다(『환율 너머의 경제』).

반대로 원칙을 벗어난 투자의 대가는 혹독하다. AI 투자에서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조차 과도한 레버리지 앞에서 무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AI의 미래는 내다봤지만, 금융의 과거는 잘못 읽었다”고 평했다. 탁월한 통찰도 감당할 수 없는 위험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시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낼 것이다. 브릭스에서 메타버스, AI로 간판이 바뀌었듯 또 다른 이름이 시장을 흔들 것이다. 유행은 흘러가도 원칙은 남는다. 결국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질문은 좁혀진다. 당신에겐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가, 시장이 거칠게 흔들릴 때도 이를 지켜낼 수 있는가.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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