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상 공모전에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응모작이 급증해 심사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출판사 하야카와 쇼보의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 최근 1012편이 접수됐다. 예년 응모작이 400편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미스터리 소설 분야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다카라지마샤)에는 전년보다 60% 늘어난 731편이 몰렸다. 라이트노벨 분야인 ‘전격소설대상’(카도가와)은 40% 증가한 5088편, 순수문학 분야인 ‘신초신인상’(신초샤)도 30% 늘어난 3518편을 기록했다.
문제는 응모작이 증가할수록 출판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본 문학상은 통상 1~3차 심사를 거치는데, 외부 심사위원에게 평가를 맡길 경우 의뢰료는 한 편당 수천 엔 수준이다. 출판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출판사 한 곳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간 비용이 수백만 엔씩 불어날 수 있단 얘기다.
문학평론가 시미즈 요시노리는 “잡지 불황 속에서 경제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하다”며 “앞으로 신인문학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인 발굴을 위해 만든 공모전이 AI를 활용한 응모작 대량 생산으로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도 신춘문예 응모작이 급증하는 등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먼저 온 미래』에서 바둑계를 내세워 AI 문제를 다룬 소설가 장강명은 한 강연에서 “아직까지 AI는 퀄리티 높은 소설을 써내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인간 소설가들을 완전히 상회하는 소설을 너무도 간단히 써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