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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의 시시각각] 부동산 정책의 오만과 편견

중앙일보

2026.08.17 08:18 2026.08.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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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 논설위원

조민근 논설위원

정부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8·13 부동산 공급대책 발표 바로 다음 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공원 활용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3만 호 추가 공급 발표에도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니 속이 탔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제시하는 ‘목표치’에 시장은 내성이 생긴 상태다. 이미 지난해 9월 연평균 27만 호씩 5년간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제 착공 실적은 서울시는 목표치의 19%, 수도권은 24% 수준에 그친다.

한계 드러낸 정부의 공급 대책
세제 동원은 여권 내서도 역풍
‘우회로’ ‘한 방’ 유혹 벗어나야

용산공원이란 ‘회심의 카드’가 현실화할지는 정부도 반신반의일 것이다. 그 역사성에 20년간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상징적 공원으로 가꾸겠다고 했던 터가 아닌가. 태릉CC나 과천 경마장조차 주민 반발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이니 공론을 모은다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공급대책 발표 전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관계 장관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이어간 것도 이런 답답한 상황 탓이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정부가 왜 그렇게 세제에 매달렸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세제개편안 역시 만만찮은 역풍을 맞고 있다. 초고가만 정교하게 타기팅하면 정치적 부담은 줄고, 성난 민심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상황을 너무 간단히 봤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배 아픔’을 달랜다고 주거 불안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과 겹치며 여권 내에서조차 우려가 쏟아지자 결국 정부도 “확정안이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틀 자체를 뒤바꾸긴 어려울 테니 각종 예외 조항과 더 복잡한 표로 세제는 더욱 누더기가 될 판이다.

이쯤 되면 애초에 정부가 뭘 믿고 그리 기세등등했을까 싶다. 부동산 문제는 원래 어렵다. 전문가라는 이들의 진단과 처방이 이처럼 제각각인 분야도 드물다. 오랜 기간 불패신화가 형성된 데다 가계 자산의 70%가 쏠려 있는 만큼 이해관계도 첨예하다. “빵처럼 찍어낼 수 없다”는 전현직 국토부 장관의 푸념처럼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연초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며 부동산 문제가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고 언급했을 때다. 초고가·비거주·다주택 규제 등 우선순위와 가이드라인이 공개적으로 제시됐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재정경제부는 ‘세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정책에 옮겨 적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당시의 부동산 정책도 그 시작은 창대했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며 집값을 잡는 것은 물론 시장의 틀 자체를 바꿔놓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그 ‘오만과 편견’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는 현 여당이 가장 뼈아프게 기억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유일하게 효과를 본 건 대출 규제 정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유동성이 넘쳐날 때는 돈줄을 죄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이 정부 역시 시작부터 이례적인 강도로 대출을 좼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지만, 정부는 더 나아갔다. 이른바 ‘머니 무브론’을 내세워 전방위적 대출 규제를 정당화했고, 대신 돈의 물꼬를 주식시장으로 돌리려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위험성 높은 ‘빚투’마저 사실상 못 본 척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그 바람에 불똥은 자산시장 전체로 튀었고, 혼란은 더욱 커졌다.

부동산 정책에서 역대 정권이 남긴 교훈은 ‘우회로’가 없다는 것이다. 가수요가 생기지 않도록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고, 꾸준히 공급이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정공법이 최선이다. ‘한 방’의 유혹도 경계해야 한다. 화끈한 대책은 늘 화끈한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불편과 부담을 지게 될 국민에게 최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오만과 편견을 내려놓고 겸허한 자세로 시장을 대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조민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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