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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쾅 소리에 깼더니, 흙더미 깔려있었다”

중앙일보

2026.08.17 08:28 2026.08.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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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야산에서 17일 새벽 산사태가 발생해 흘러내린 토사에 아파트 1~2층 일부가 매몰됐다. 송봉근 객원기자

폭우가 쏟아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야산에서 17일 새벽 산사태가 발생해 흘러내린 토사에 아파트 1~2층 일부가 매몰됐다. 송봉근 객원기자

“자다가 ‘우르르쾅’ 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내와 함께 흙더미에 묻혀 있었습니다.”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한 병원 입원 병동에서 만난 50대 천모씨는 이날 새벽 집 안으로 순식간에 들이닥쳤던 산사태에 대해 눈을 질끈 감으며 이같이 설명했다.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 1층 천씨 집 안으로 토사가 밀려든 건 이날 오전 4시32분쯤이다. 그는 “베란다부터 거실·부엌·큰방까지 토사가 들어왔고, 집기류는 집 밖까지 밀려 나갔다”며 “거실에 우리 부부가 자고 있었는데, 토사에 밀려 넘어진 책장이 우리 위를 받쳐줘서 얼굴까진 묻히지 않아 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큰방에 자고 있던 딸이 깨진 창문으로 빠져나가 주민들에게 ‘살려달라’고 외치니 주민들이 우리 부부를 구해줬다”고 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천씨의 얼굴과 팔다리 곳곳엔 생채기가 선명했다. 아내는 왼쪽 팔이 부러졌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천씨 아파트 뒷산의 산사태는 이날 새벽 6시간 동안 5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끝에 일어난 사고다. 천씨의 같은 동 1층 이웃인 거제 조선소 근로자 20대 남성 A씨는 소방대원들에게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를 덮친 모습. 송봉근 객원기자

흘러내린 토사가 아파트를 덮친 모습. 송봉근 객원기자

아파트 뒤편 산비탈 쪽으로 낙석을 막는 울타리와 옹벽이 있었지만 산사태를 막진 못했다. 1·2층 저층부(8세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인 박종기(78)씨는 “천씨와 A씨 집은 베란다로 들어온 흙더미가 반대편 창문까지 뚫고 쏟아져 나왔다. 많은 주민이 삽을 들고 나와 이웃을 구하려 애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 집에도 토사가 들이닥쳤는데, 그는 흙더미를 조심스레 밀어내며 탈출했다고 한다. 그는 “3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처음”이라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흙더미와 휩쓸린 차량에 출입구 등이 막히며 이 아파트 384세대 가운데 70세대 150명이 한때 인근 학교로 몸을 피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황모(41·14층 거주)씨는 “건물이 흔들려 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데리고 지갑과 전화기만 챙겨 급히 빠져나와야 했다”고 전했다. 대피소엔 황씨 가족과 마찬가지로 급히 몸을 피한 듯 잠옷 차림으로 돗자리 위에 앉아 휴대전화로 폭우 상황을 확인하는 주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경남도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기간 거제(누적 강수량 912㎜)와 통영(748㎜) 등지에 극한 호우가 쏟아지며 큰 피해가 났다. 사망자 1명, 부상자 3명 등 인명사고는 모두 거제와 통영에서 일어났다.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는 산사태가 주택을 덮쳐 하반신이 토사에 묻힌 60대 주민 1명이 해경에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안대훈.김민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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