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선호투표 합산 54.08%를 득표해 차기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민석 후보가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임기 2년의 김민석 대표는 원내 161석 집권여당의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4.08%의 지지를 받아 신임 대표로 뽑혔다. 정청래 후보는 45.92%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자 대결 구도에서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이 이번 전대에서 도입한 선호투표제에 따라 3위 송영길 후보에게 1순위 투표한 이들의 2순위 표를 김민석·정청래 후보에게 각각 산입해 이 같은 결론이 났다. 득표율은 지난 16일 최종 집계한 권리당원 투표(76만9051표)와 이날 실시한 대의원 투표(1만4306표)를 더해 70%를 적용하고, 여기에 30%를 반영하는 국민 여론조사까지 합산한 수치다.
김주원 기자
세부 득표내역을 보면 김 대표는 권리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정 후보를 앞섰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 대표는 55.94%(43만242표)를 기록해 44.06%(33만8809표)를 얻은 정 후보를 앞섰다. 김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도 66.69%(9541표)를 얻어 정 후보(33.31%, 4765표)를 눌렀다. 하지만 30%를 반영하는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50.7%를 얻어 김 대표(49.3%)에 근소하게 앞섰다. 민주당은 자체 규정에 따라 3자 구도의 1차 경선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고위원으로는 친청(친정청래)계 최민희·이성윤·한민수 후보, 친명(친이재명)계 박선원·서미화 후보가 당선됐다.
승부는 호남 권리당원 표심에서 갈렸다. 지난 8~9일 순회경선 초반만 해도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표 차는 3086표에 불과한 박빙 승부였다. 하지만 15일 호남 권리당원 표심이 공개되며 대세가 김 대표 쪽으로 기울었다. 호남에서 김 대표(13만9307표)가 정 후보(7만9033표)를 6만274표 차로 따돌리며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튿날(16일) 발표한 서울·경기 경선에서도 1207표 차 박빙 승부가 이어진 만큼, 결국 호남 압승이 김 대표를 승리로 이끈 셈이다.
김 대표가 일관되게 내세운 “당정일치. 메가프로젝트 성공”이란 메시지가 호남에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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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갈등서 당청일치로…김 “대통령 성공이 국민 성공”
김 대표는 지난 6일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정청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메가프로젝트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 김 대표는 당·청 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당·청 관계, 당정 관계는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며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 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다. 그 성공이 국민의 성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을 향해선 “정청래, 송영길과 함께 뛸 것이다.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ABCDE 성장 전략을 짰다. 이번에는 민주당 ABC 플랜”이라며 “A(Affordability)는 먹고사는 민생 정치, B(Broadening)는 크고 넓은 덧셈·확장 정치, C(Competence)는 유능한 정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설이 끝난 뒤 현장 최고위를 열고 수석대변인에 박성준 의원(재선), 비서실장에 김태선 의원(초선)을 임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폭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로 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청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났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개혁에는 난관이 있는데 매번 돌격만 하다 보니 파열음이 나는 일이 ‘정청래 체제’에서 잦았다”며 “김민석 체제는 신중함을 우선하겠지만, 속도만 앞세웠던 정청래 체제보다 오히려 개혁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남의 중진 의원도 “차분히 조율해서 할 문제도 매번 선명성·속도만 강조하다 정국이 혼돈스러워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당·청 갈등은 물론 당내 갈등도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정권의 입법 공격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44%)를 기록한 이 대통령 지지율 방어에도 나서야 하는 처지라서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친명 성향의 김민석 대표 체제에선 정책 리스크에 대한 정부와 여당 사이 책임 분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여당이 당면한 최대 뇌관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7일 “당이 키를 잡고 정부안을 손봐야 한다.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총선에서 ‘한강 벨트’는 전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지난 13일 “1주택자 등 각각의 상황에 대한 섬세한 구별이 이뤄졌는지 정책적 질문을 해야 한다”며 수정·보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당정 일치’를 앞세워 전대에서 승리한 김 대표가 어디까지 수정·보완을 요구할지는 불확실하다.
‘호남 메가프로젝트’도 구체적으로 조정해야 할 쟁점이 많다. 민주당은 ‘메가특구특별법’의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구개발(R&D) 인력의 주52시간제 예외 적용 등을 두고는 당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당내 갈등 봉합도 숙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송영길 후보를 초청해 청와대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만찬은 당의 통합, 당정청 간의 국정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