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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료공백 메우려 개원의 겸직 풀자…한방병원서 ‘투잡 꼼수’

중앙일보

2026.08.17 13:00 2026.08.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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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과 전문의 김모씨는 지난 5~7월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 인근의 한 한방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했다. 서울에서 내과 의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도 지난 4월부터 경기도의 한 한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면서 다른 병원에도 소속돼 진료하는 이른바 ‘투잡’을 뛴 것이다.

이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한시 허용 조치’ 덕분이다. 의료법상 개원의는 특별한 예외가 아니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원의가 다른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외부 진료에 나선 개원의 상당수는 한방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필수의료·지역보건 현장의 참여는 저조했다. 정부는 외부 진료 허용 범위와 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잡’ 개원의 풀어주니 한방·요양 병원으로

17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개원의 의료기관 근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1개월간 개원의가 자신이 개설한 곳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사례는 100건이었다.

정부는 2024년 의·정 갈등 당시 도입한 한시 조치를 지난해 10월 필수의료 중심으로 재조정했다. 개원의가 근무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과목을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 등 9개 필수진료과목으로 정한 것이다.

외부 진료 개원의의 근무 사례 가운데 한방병원에서 일한 경우는 19건, 요양병원에서 일한 경우는 13건이었다. 모두 32건으로 전체의 약 30%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방·요양 병원에도 물론 의사가 필요하지만,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겸직 금지 규제를 풀어준 것”이라며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지난 5월 회원들에게 “지역에서 통증의학과를 운영하는 원장들도 지역 내 분만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의 마취 업무에 참여할 수 있다”며 “한시적 허용 조치가 지역 산과 마취 인프라 유지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의료기관 외 다른 병원에서 근무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2명에 그쳤다.

국립병원의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분만 마취는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라며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다른 병원에서 일하려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약 한 달 동안 '의과 휴진'에 들어간 경남 고성군 삼산면보건지소의 모습. 복무 만료를 앞둔 공중보건의사가 그간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쓰면서 휴진에 들어갔다. 안대훈 기자

지난 3월 약 한 달 동안 '의과 휴진'에 들어간 경남 고성군 삼산면보건지소의 모습. 복무 만료를 앞둔 공중보건의사가 그간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쓰면서 휴진에 들어갔다. 안대훈 기자


지역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로 내놓은 조치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중보건의사 부족에 대응해 개원의의 보건소·보건의료원·보건지소 근무도 허용했지만, 참여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한시 허용 조치’를 보완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원의의 외부 진료 허용 범위와 요건 등을 현재와 같은 공문이 아니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필수의료 개원의 활용은 처음부터 실효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컸던 미봉책”이라며 “정부는 땜질식 처방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공보의 근무 기간 단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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