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인도에서 열린 인도/중동 주재원 간담회에서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효성
2019년 가을, 조현준 효성 회장은 미국 테네시주 서남부의 멤피스를 찾았다. 블루스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도시로 유명한 이곳에서 조 회장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미시시피강 인근의 ‘프레지던트 아일랜드 산업단지’. 넓고 비옥해 옥수수와 면화 생산지로 쓰이던 이 땅은 2013년 일본 미쓰비시전기가 미국 내 첫 변압기 생산지로 낙점했던 곳이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야심 차게 도전했던 미국 사업에서 적자에 시달렸고, 결국 6년 만에 철수하기로 했다.
당시 효성은 미국 내 생산시설 후보지를 검토하던 중이었다.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멤피스) 등 후보지 중에서 멤피스는 변압기 공장에 필요한 육상 물류 측면에서 경쟁지에 밀리는 축이었다. 일본 미쓰비시도 회군을 결정한 곳이었지만, 직접 땅을 밟아본 조 회장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56만6560㎡(약 17만1400평), 축구장 79개를 합친 규모의 부지에서 건물이 들어선 면적은 불과 3만2516㎡뿐이었다. 95%가 비어 있는 대지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 회장은 “단순히 변압기 공장 하나가 아니라 향후 차단기,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 등 다양한 공장을 마음껏 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땅”이라며 멤피스를 강하게 주장했다.
미국 테네시 멤피스에 위치한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 효성
그해 12월 효성중공업은 4650만 달러(약 500억원)에 이 공장을 인수했다. 당시 짐 스트릭랜드 멤피스 시장은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다. 효성이 인수하지 않았다면 공장 폐쇄로 모든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전력기기 사업이 속한 중공업 부문은 그해 206억원 적자를, 이듬해에도 2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흑자전환했지만 2022년 1분기 다시 적자(-160억원)로 돌아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수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현지 공장 운영에도 난항을 겪었다. 회사 안팎에서는 ‘멤피스 공장 투자가 꼭 필요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회장 취임(2017년 1월) 이후 5년도 안 돼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