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가 갑자기 시간과 장소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거나 이상 행동과 환각 증상을 보인다면 ‘섬망’을 의심해야 한다. 섬망은 일시적인 혼란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급성 뇌기능 장애다. 입원 고령 환자 4명 중 1명꼴로 나타날 만큼 흔한 데다 낙상 위험을 높이고 신체 기능을 떨어뜨려 회복과 예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와 종합내과 김선욱 교수 연구팀은 약물 조정과 인지 훈련, 광치료 등을 묶은 ‘통합 섬망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 병동에 적용한 결과, 환자의 섬망 중증도가 낮아졌다고 18일 밝혔다.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받은 중재군(빨간선)은 관찰군보다 입원 7일차 섬망 중증도가 더 크게 감소했으며, 2) 여러 중재 요소를 동시에 많이 적용받을수록(빨간선) 입원 7일차 섬망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누적 효과’가 확인됐다
프로그램은 환자가 입원하면 의료진이 벤조디아제핀계·항콜린성 약물 등 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약을 먼저 검토해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어 교육영상을 제공하고 병상 주변에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적은 ‘인지보드’를 설치해 환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계속 인식하도록 도왔다. 매일 아침 밝은 빛에 노출해 흐트러진 수면·각성 주기를 회복시키는 광치료도 병행했다. 보호자도 참여해 환자에게 관련 정보를 반복해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내과 병동에 입원한 평균 70대 환자 203명을 관찰했다. 이 가운데 64명에게 통합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139명은 기존과 같은 일반 진료를 받도록 한 뒤 입원 1·3·7일차의 섬망 중증도를 비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종합내과 김선욱 교수
그 결과 프로그램 적용군은 입원 7일차에 일반 진료군보다 섬망 중증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특히 약물 조정 효과가 입원 3일차부터 나타나 7일차까지 이어졌다. 적용한 관리 방법이 많을수록 섬망 개선 효과도 커졌다.
박혜연 교수는 “섬망 위험 약물 조정과 환자·보호자의 참여를 결합하면 실제 입원 병동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국제학술지 ‘에이지 앤드 에이징(Age and Ageing)’ 4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