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업체 나이키의 주가가 12년 전으로 돌아갔다. 중국 사업이 부진한 데다 아디다스·호카 등 경쟁자에게 밀린 탓이다. 오랜 기간 ‘강자’로 평가받았던 브랜드 지배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이키는 전 거래일보다 4.03% 내린 39.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이후 최저치다. 2021년 11월 사상 최고 종가(177.51달러)와 비교하면 약 78% 하락했다. 이날 나이키 한 종목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9.75포인트 끌어내렸다. 앞서 이달 초 JP모건은 나이키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내리고 목표주가도 47달러에서 40달러로 낮췄는데, 실제 주가는 이마저도 밑돌았다.
최근 경쟁사인 스위스 브랜드 온(On)의 실적 부진으로 스포츠웨어 전체의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이키의 더딘 실적 회복도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나이키의 글로벌 스포츠 신발시장 점유율은 2022년 29.2%에서 지난해 22.9%로 6.3%포인트 떨어졌다. 나이키의 매출은 2024회계연도에 513억6200만 달러(약 72조5000억원)였지만, 2026회계연도에 464억 달러(약 65조5000억원)로 2년간 약 10% 감소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나이키에게 가장 뼈아픈 곳은 중국 시장이다. CNBC에 따르면 나이키의 중국 사업 규모는 2021년 이후 30% 축소됐고, 연간 매출은 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반면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은 최근 5년간 51% 성장했고, 아디다스의 지난해 중화권 매출도 13% 늘었다. 커가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사는 약진했지만 나이키 실적만 역주행을 했다.
배경에는 중국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가 있다. ‘차이나 시크(중국 문화·브랜드 선호)’의 확산으로 중국 젊은층이 안타(安踏·ANTA)나 리닝(李宁·LI-NING) 같은 자국 브랜드로 이동하는 사이 나이키는 현지화에 뒤처졌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복잡한 유통망과 자국 브랜드의 할인 판매 공세까지 겹쳤다.
소비자조사업체 애퍼처차이나의 야링 장 대표는 “어떤 면에서 나이키는 이제 존재감을 잃었다”며 “젊은층은 나이키가 마지막으로 무엇을 새롭게 내놨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대만의 나이키와 컨버스에 15년간 몸담은 웨이 칸 컨듀잇아시아 설립자도 “혁신 제품을 내놓는 속도가 현지 브랜드와 경쟁사보다 느리다”고 진단했다.
반전이 기대됐던 지난 6~7월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아디다스가 한발 앞섰다. 나이키가 유니폼을 공급한 국가는 12개국으로 아디다스(14개국)보다 적었고, 결승전도 아디다스 후원팀인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대결이었다.
결국 시장의 질문은 ‘나이키 주가가 싸졌느냐’보다 ‘과거의 지배력을 되찾을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날 CNBC ‘패스트 머니’에 출연한 트레이더들은 12년 만의 저점이라는 이유만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스포츠 중심 회귀와 신제품 확대에 나서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자사몰 중심의 직접판매(DTC) 전략에서 벗어나 도매 파트너십을 복원하며 소비자 접점도 넓혔다. 중국에서는 별도로 복잡해진 온라인 판매망을 정리하고, 자사 온라인몰과 현지 플랫폼 내 나이키 공식 스토어로 디지털 판매를 집중하고 있다. 캐시 스파크스 나이키 중국 총괄은 “이번에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 미끄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