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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투신’ 美링컨함 충격 민낯에…“가짜뉴스” 쏘아붙인 트럼프

중앙일보

2026.08.17 22:51 2026.08.1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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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선 이지스 구축함이 나흘간 먹통이 됐고, 중동에 투입된 항공모함에선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전 세계 어느 바다에서든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미 해군이 최근 과부하에 걸려 연이어 수난을 겪고 있다. 정작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이 발전기 계통 고장을 일으키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이 발전기 계통 고장을 일으키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남중국해 한복판에서 사실상 표류…무너진 승조원 일상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은 지난달 24일 남중국해에서 조지워싱턴 항모전단과 함께 항해하던 중 발전기 계통 고장을 일으켰다. 함정 전체의 전력이 끊기면서 벤폴드함은 자력으로 항해하지 못한 채 나흘간 멈춰 섰다.

함정에선 일상이 멈췄다. 승조원들은 식수, 조리시설, 수세식 화장실, 냉방장치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 음식은 같은 항모전단 소속 순양함 로버트 스몰스함이 조리해 실어 날랐다.

벤폴드함의 위기는 지난달 28일 민간 예인선에 끌려 필리핀 수빅만에 도착하며 풀리기 시작했다. 승조원들은 이튿날부터 함정 밖의 숙소와 식당을 이용했다. 자체 전력은 30일 복구됐고 수리는 이달 7일 끝났다. 벤폴드함은 다음 날 수빅만을 떠나 일본 요코스카항으로 향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관할 해역에서 미 구축함이 동력을 잃은 사례는 올해만 두 번째다. CNN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히긴스함이 수 시간 동안 전력과 추진력을 함께 상실했다.



중동 메우려 서태평양 빼다…전력 교대하려다 생긴 구멍

해당 사고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으로 버티는 미 해군력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시 벤폴드함은 조지워싱턴 항모전단에 속해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통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고 뒤 항모전단은 9개월째 중동에서 작전 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교대하기 위해 중동으로 향했지만, 벤폴드함은 수리를 마치고 요코스카로 복귀했다. 서태평양 전력을 중동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항모전단에 빈틈이 발생한 것이다.

벤폴드함 사고는 링컨함 논란과 맞물려 미 해군의 작전 과부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지난해 11월 21일 샌디에이고를 출항한 링컨함은 당초 지난 5월 귀환할 예정이었지만 이란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배치 기간이 260일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6일에는 207일 연속 바다에 머물러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함이 세운 206일 기록을 넘어섰다.
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AP=연합뉴스

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AP=연합뉴스




배급제, 곰팡이, 그리고 투신까지…260일 떠돈 링컨함의 민낯

장기 배치로 승조원들의 생활 여건이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CNN은 지난달 7일 오만 두쿰항에서 링컨함에 올라 사흘간 취재한 승선기를 17일 보도했다. 여기엔 전쟁 초기 바레인을 통한 보급망이 끊기면서 한동안 식량 배급제가 시행됐고 체중이 크게 줄었다는 일부 승조원의 토로가 담겼다.

위생 문제도 불거졌다. 일부 화장실은 변기가 막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천장에서 곰팡이가 떨어지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CNN은 “식량, 물자 부족, 곰팡이보다 승조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기약 없는 작전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좁은 공간에서 사생활 없는 일상을 9개월 가까이 이어가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해상 투신 시도가 발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CNN에 따르면 취재진이 함정을 떠난 뒤 한 승조원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헬리콥터에 구조됐다. 밀리터리타임스 등 군사전문매체도 승조원 가족을 인용해 또 다른 투신 시도가 있었고, 동료 수병이 이를 제지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지난 3월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지난 3월 항해하고 있다. 미 해군



벼랑 끝 승조원…그러나 트럼프 “가짜뉴스, 조용히 하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링컨함의 함내 실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1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익명의 퇴역 제독이 링컨함 관계자들을 안다는 점을 거론한 뒤 “함정이 아름답게 정비되고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질문을 이어가려는 CNN 기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쏘아붙이며 CNN의 관련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앞서 14일에는 링컨함 배치가 너무 길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아직 충분히 길지 않다”고 답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역시 지난 13일 “모든 함정과 승조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고 있다”고 함내 여건 악화를 부인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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