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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언니’ 회사도 가세…“불황이 기회” 한국영화 신규 투자 잇따른다

중앙일보

2026.08.1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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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장편 영화에 처음 투자한 배우 손석구(왼쪽), 최희서 주연, 재미교포 스테파니 안 감독의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가 올초 선댄스영화제 미국 드라마 경쟁부문에서 데뷔장편상을 수상했다. 사진 소니 픽처스 클래식

현대자동차가 장편 영화에 처음 투자한 배우 손석구(왼쪽), 최희서 주연, 재미교포 스테파니 안 감독의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가 올초 선댄스영화제 미국 드라마 경쟁부문에서 데뷔장편상을 수상했다. 사진 소니 픽처스 클래식

최근 영화시장의 불황을 기회로 삼은 신규 투자가 잇따른다. 시장을 장악했던 기존 대기업의 투자·배급 감소가 새로운 자본의 유입 장벽을 낮추면서다.

에피소드 컴퍼니는 올 5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정주리 감독의 ‘도라’(하반기 개봉 예정)를 첫 메인 투자·배급작으로 영화계 진출했다. 유튜브 ‘캐리와 친구들’로 출발한 유·아동 콘텐트 기업 캐리 소프트가 올초 이름을 바꾼 회사다. 전연령 대상 글로벌 콘텐트 기업으로 사업 성격을 전환하며 영화·드라마 투자에 뛰어들었다. 영화 ‘군체’ ‘와일드 씽’ ‘호프’ 등 올 극장가 화제작에도 부분 투자했다.

에피소드 컴퍼니 측은 “불황기야 말로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라면서 “(시장 위축 덕에) 투자 진입 첫해부터 검증된 감독·제작사와 협업 기회를 확보하고, 합리적인 조건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피소드 컴퍼니는 정성일·유재명 주연의 다중인격 스릴러 영화 ‘사피엔스’ 배급도 맡을 예정이다.
올 5월 제7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영화 '도라' 포스터. 걸그룹 위키미키 출신의 김도연(사진),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았다. 올 들어 ‘넘버 원’ ‘사랑의 하츄핑2’ 등 메인 투자자로 자리잡은 바이포엠 스튜디오와 에피소드 컴퍼니 등 온라인 홍보마케팅에 강한 회사들의 신규 진입은 온라인 바이럴의 영향력이 커진 현재 극장가 흥행 생태계도 보여준다. 사진 에피소드컴퍼니

올 5월 제7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영화 '도라' 포스터. 걸그룹 위키미키 출신의 김도연(사진),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았다. 올 들어 ‘넘버 원’ ‘사랑의 하츄핑2’ 등 메인 투자자로 자리잡은 바이포엠 스튜디오와 에피소드 컴퍼니 등 온라인 홍보마케팅에 강한 회사들의 신규 진입은 온라인 바이럴의 영향력이 커진 현재 극장가 흥행 생태계도 보여준다. 사진 에피소드컴퍼니

극장가 보릿고개 속에 참신한 시도가 의외의 투자로 연결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장편영화 투자에 참여한 한·미 합작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감독 스테파니 안)은 올초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경쟁부문 데뷔장편상을 수상했다.

배우 손석구가 현대차와 손잡고 신차 홍보를 위해 차량 내외부 카메라로 촬영한 SF 단편 영화 ‘밤낚시’(2024)가 물꼬를 텄다. 신작이 줄어든 극장가에서 ‘밤낚시’는 단돈 1000원에 즐기는 ‘스낵무비’로 인기를 끌며 누적 4만6000명의 관객을 기록하고,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대상) 등 해외 광고제까지 석권했다. 현대차로선 광고를 안 보려고 돈까지 내는 시대에, 관객이 직접 티켓값을 내고 자발적으로 보러 온 첫 브랜드 홍보 영상이었던 셈이다.
현대차가 배우 손석구와 공동 제작한 단편 영화 '밤낚시'(2024)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선정 국제 단편 경쟁 부문 '최고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현대차가 배우 손석구와 공동 제작한 단편 영화 '밤낚시'(2024)는 제28회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선정 국제 단편 경쟁 부문 '최고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전직 레슬러(손석구)의 사랑과 치유를 그린 ‘베드포드 파크’는 휴머니즘 가치를 담은 독립 영화란 점이 현대차 브랜드 가치와 맞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베드포드 파크’는 올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기존 영화관이나 제작사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투자·배급까지 다각화한 사례도 나온다. 지난 12일 개봉한 ‘오케이 마담2’(감독 이철하)는 멀티플렉스 CJ CGV 자회사로 올해 출범한 CGV픽처스의 첫 투자·배급작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자 신작에 목 마른 영화관이 직접 나섰다. CGV는 지난해 영화사업팀을 신설해 ‘신의악단’ ‘내 이름은’ 등을 배급하며 창립을 준비했다. 최근 촬영을 마친 허정 감독의 공포 영화 ‘손 없는 날’도 CGV픽처스가 메인 투자·배급한다.
영화 '오케이마담2'는 멀티플렉스 CJ CGV가 올해 출범한 투자배급사 CGV픽처스의 첫 배급작품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이 소시오패스 악역을 맡았다. 사진 영화사

영화 '오케이마담2'는 멀티플렉스 CJ CGV가 올해 출범한 투자배급사 CGV픽처스의 첫 배급작품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이 소시오패스 악역을 맡았다. 사진 영화사

천만영화 ‘서울의 봄’(2023), ‘남산의 부장들’(2020) 등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지난해 11월 신세계 계열 콘텐트 기업 마인드마크와 투자·배급 연합체를 만들었다. 지난해 ‘보스’에 이어 올 추석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도 직접 제작·투자·배급한다.

지난해 연간 관객수 1억 명선을 간신히 방어했던 극장가는 올상반기 2년 만의 천만영화 ‘왕과 사는 남자’ 등 화제작이 잇따랐다. 특히 한국영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7% 급등했다. 이런 반등 분위기도 신규 투자 유치에 일조했다. 다만, 한 영화계 관계자는 “다 만든 작품에 2억~5억원 정도 부분 투자하는 정도의 소규모 투자도 많다”면서 “투자 역량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원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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