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배우 김도연과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판타지오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짚으며 질문에 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책 덕분에 사랑과 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 김도연(27)이 최근 읽었다며 소개한 책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1914~1980)가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1975년 발표한 소설 『자기 앞의 생』이었다. 지난 3일 소속사 판타지오의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만난 그는 “이 책 첫 장의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라는 문장에 끌려 바로 사서 읽었다”고 말했다.
김도연은 2016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로 데뷔하며 얼굴을 알렸다. 2017년 걸그룹 위키미키로 재데뷔해 7년간 활동했다. 배우 활동에 집중한 건 위키미키가 해체된 2024년부터다. 올 5월엔 정주리 감독의 영화 ‘도라’의 주연배우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그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2024년 여름부터다. 연기학교 단기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홀로 영국 런던에 머무를 때였다. 그는 책에 대해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나를 확장하고, 나를 움직이는 존재”라며 “때론 나의 말동무이고, 고민 상담을 해주는 친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Q : 책과 친한 편인가?
A : “친한지는 모르겠고, 내가 좋아한다. 특히 책을 통해 영향을 받는 걸 좋아한다. 책 덕분에 내 사고나 감정이 움직이는 거. 그렇게 영향을 받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 1년에 10권 정도 읽는다.”
그가 소개한 책 『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은 열네 살 소년 모모다. 모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7층에서, 아우슈비츠의 기억에 시달리는 유대인 중년 여성 로자의 돌봄 아래 살아간다. 로자와 모모는 모자 관계가 아니지만, 나름의 끈끈한 애정을 기반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모모는 자신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로자에게 애틋함과 지겨움, 애정과 원망 등을 함께 느낀다. 이 책은 그 감정들을 모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김도연은 책 속에서 기억에 남은 장면으로 이 문단을 꼽았다.
“잘 들어라 모모야. 나는 병원에 진짜 가고 싶지 않아. (…) 내가 정신이 들락날락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의학적 공헌을 위해 그런 상태로 수년씩 더 살고 싶지는 않다. 자, 그러니 나를 병원으로 옮긴다는 고약한 소문이 들려오면 네 친구에게 부탁해서 내게 주사를 한 대 놔주렴. 그러고는 시골에 내다버려줘. 숲에다 버려줘.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206~207쪽)
Q : 어떤 상황인가?
A : “죽을 날을 앞둔 로자가 정신이 돌아온 동안 모모에게 자신의 사후를 부탁하는 장면이다. 한 번도 나답게 살아본 적 없는 여자가 생을 마감할 때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먹했다.”
Q : 책의 마지막 문장은 ‘사랑해야 한다’다.
A :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마음에서 모모는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살아야 되어서 사랑해야 하나, 사랑해야 해서 살아야 하나…. 그런 질문을 계속 이어가다 ‘그런 게 생인가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
Q :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A : “그때마다 내가 끌리는 책을 고르게 된다. 필요한 영감이 있거나, 관심 있는 키워드를 통해 책을 찾다가 앞쪽 몇 장을 읽어보고 좋으면 바로 산다.”
Q :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달라.
A : “최근에는 주로 소설에 꽂히는 편이다. 앤 나폴리타노의 장편소설 『헬로 뷰티풀』, 한강의 『여수의 사랑』, 『채식주의자』, 양귀자의 『모순』, 정대건의 『급류』 등을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은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를 주문해 뒀다. 최근 친구와 바우하우스라는 학교, 그 시대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달리가 궁금해져서 자서전을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젠지의 책장
지금의 20대는 연간 독서율이 유일하게 상승(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한 세대다. Z세대 기자가 Z세대 독자를 만나 지금 읽고 있는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