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 생각이 막혔다. 이럴 때 난 밖으로 나가 무턱대고 길을 걷는다. 걷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고, 잠시 후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 본 독자들도 많으리라. 걷기는 인지 능력에 도움을 주는 보약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23개의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걷기가 창의적 사고 능력을 높였다고 한다. 또 걷기는 기억력에도 도움을 준다. 노인 1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했을 때 뇌에서 해마의 부피가 증가했으며 기억력도 증진됐다. 비슷하게 하루 평균 보행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치매 발생률이 낮았다고 한다. 가장 신뢰있는 치매 예방법이 걷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걷기는 뇌혈류를 증가시켜 인지 기능에 도움을 준다. 걷기가 습관이 되면 뇌혈관의 기능이 좋아져, 기억 및 사고와 관련된 뇌 영역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좋은 인지 능력은 뇌만 단련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건강한 삶에서 나온다.
그런데 러닝머신에서 걸어도 괜찮을까? 자연 속 산책이 기분 개선과 주의 회복에 더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적당한 강도로 걷기만 한다면 러닝머신이든, 산책로이든 상관없이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나가서 좀 걸으라고 했더니, 굳이 핸드폰을 보면서 걷는다. 사실 핸드폰이 걷기 운동의 인지적 효과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들이 주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걸을 때는 핸드폰을 잠시 덮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바람이 한결 선선해졌다. 이제 날씨 핑계 그만하고 밖으로 나와 걸어 보자.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인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야 머리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