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중 가장 덥다는 대서 전날 연평도에 다녀왔다. 연평도 군법당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침 8시 배에 오른 지 두 시간 만에 하선이다. 젊은 군법사 승도 스님이 마중 나와 있다. 스님은 먼저 나를 안보교육장으로 안내했다.
안보교육장은 2010년 북한군이 장사포 등 240여 발로 연평도를 무차별 폭격했을 때 파괴된 민간 건물이다. 1953년 휴전 후 74년 어선 포격, 89년 어선 피랍, 99년 1차 연평해전, 2001년 북한어선 침범, 2002년 2차 연평해전,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11월 연평도포격이 있었다.
북한 마주한 연평도 군 초소처럼
내 안의 사랑과 미움, 애착 살펴야
업 짓지 않는 열반에 이를 수 있어
폭격에 부서진 민가를 뒤로하고 평화전망대에 오르니 눈앞이 북한 땅, 황해남도이다. 3㎞ 앞에 북한 섬이 있고, 그 사이로 NLL을 따라 중국어선들이 늘어서 있다.
전망대 바로 밑 북한 방향 언덕에 군법당인 호국사가 있다. 절에서 차를 한잔하고 냉커피를 40잔 준비해서 부대로 갔다. 나의 졸저인 『인도 네팔 순례기』, 『자타카로 읽는 불교1』, 불교 굿즈 등 선물도 준비했다.
부대에 도착하니 연평 부대장인 윤용호 대령이 마중 나와 계신다. 반갑게 인사하고 환담을 나눴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부대장님과 참모진들을 만나 뵌 것이다. 모두들 표정이 밝고 자애로웠다. 군 생활이 혹독한 만큼 전우애를 키워왔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언제 가장 폭발할까? 그것은 죽음 앞에서이다. 2010년 피폭 때 한 장교는 “굉음이 울리고 눈앞에서 포탄이 떨어졌다. 서서히 멎어가는 병사의 숨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쏟아지는 포탄 사이를 거침없이 달려야 하는 군인은 죽음을 시시각각 자각하는 삶이다. 더구나 여기는 적의 저격수가 총을 쏘아 맞힐 수 있는 거리가 아닌가? 죽음을 자각하는 점에서 군인의 삶은 스님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스님들 역시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출가하고, 시시때때로 죽음관을 한다. 나고 죽음을 넘어서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진리의 눈 멀고 탐진치에 가려진 채 육신과 영혼이 분리된다. 이것이 죽음이다. 육신을 이탈한 영혼은 무엇을 따라가는가? 업을 따라간다. 평생에 쌓은 업, 죽기 직전 지은 큰 업, 죽는 순간에 먹은 마음, 습관을 따라간다. 인연 있는 남녀가 결합할 때 중유로 존재하던 영혼은 애착으로 인해 자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정자와 난자의 결합체에 합쳐진다. 임신이다.
자궁 속에서 여섯 감각기관이 생기고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다. 탄생이다. 태어난 후 여섯 감각기관이 바깥 대상을 접촉하며 느낌이 일어난다. 좋은 느낌, 싫은 느낌, 좋지도 싫지도 않은 느낌. 이 느낌들에 탐진치가 결합하여 사랑과 미움이 생긴다. 사랑과 미움으로 인해 애착이 생기고, 애착의 대상을 거머쥐어 취착이 생기고, 취착으로 인해 존재로 이끄는 의도적 행위, 즉 업을 짓고 다시 태어난다.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것의 무한 반복이다.
이 반복을 어떻게 끊는가? 느낌이 사랑과 미움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가에서 널리 읽혀온 『신심명(信心銘)』 첫머리에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다만 미움과 사랑만 끊으면 툭 트여서 명백하리라” 하였다.
좋은 느낌으로 인해 사랑이 생기고 사랑으로 인해 애착하고 그 애착을 버리지 못한 채 죽게 되면 그 애착으로 인해 다시 입태한다. 나쁜 느낌으로 인해 미움이 생기고 미움으로 인해 원한이 생기고 다시 입태한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느낌으로 인해 어리석음이 있고 다시 입태한다.
몸과 마음은 눈, 귀, 코, 혀, 몸, 뜻의 여섯 문이 있는 성 가운데의 망루와 같다. 망루에서 여섯 문을 본다. 성문으로 드나드는 물자와 사람들에 대해 선한 마음을 가지면 좋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성문으로 드나드는 물자와 사람들에 대한 애착을 버리면 해탈할 것이다.
연평도의 군 시설은 대개 초소일 것이다. 초소는 북한군의 동향과 도발을 살피는 곳이다. 바깥으로 적군을 살피듯, 자신의 여섯 문도 잘 살펴야 한다. 살피면 살피는 힘이 강해진다. 강화된 관찰력이 미움도 사랑도 넘어서게 한다. 종국에 부처님처럼 모든 갈애를 파괴하고 열반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