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법제처의 국민참여입법센터(이하 입법센터)에 오른 법률 개정안은 859개다. 이 중 의견 수가 가장 많은 법률은? 재정경제부가 4일 입법예고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다. 7000건이 넘었다. 소득세법(양도세 관련) 개정안은 4위다. 둘 다 반대 의견이 압도한다.
두 법이 시행되면 똘똘한 한 채뿐 아니라 덜 똘똘한 한 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는 집이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라며 반발을 누르려 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집은 사는(구매) 게 아니라 사는(주거) 곳”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각종 복지제도는 비싸든 아니든 간에 집을 ‘사는 곳’ 이상으로 간주한다. ‘집=소득’이다. 기초생계비·기초연금·예술인복지사업 등 복지부·고용부·문체부 같은 중앙 부처의 복지사업 49개가 그리한다. 예서 그치지 않고 응용한다. 노인일자리·장수수당·무료급식 등의 대상자를 기초연금 수급자로 제한하는 식이다.
세법 개정안 반대 의견 게시 1위
1주택은 징벌 대상 아닌 기본권
지나친 소득환산·과세 지양해야
집을 어느 정도 소득으로 잡을까. 기초수급자를 따질 때 공시가격 1억7200만원(서울)까지는 1.04%, 그 이상은 4.17%를 월 소득으로 잡는다. 1.04%이면 월 76만여원(기본재산 공제 반영)의 소득이 나온다고 본다. 결코 적지 않다. 기초연금은 0.34%를 잡는다. 법률 개정안을 시행하면 전세·월세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면 재산 건보료가 오른다. 세 산다고 안 봐준다. 전세 10억원이면 월 12만원 넘게 나온다. 전세 8억원이 10억원 되면 월 1만5000원 오른다. 소유한 집에도 비슷하게 나온다. 시세 14억원이면 월 15만원, 30억원이면 21만원 나온다. 심모씨는 국민참여입법센터(이하 입법센터)에 “재산세도 내고, 집을 보유해서 의료보험비(건보료)로 한 달에 60만원 내는데 더 올라갈 듯하다”고 우려했다.
법률 개정안의 메시지는 세금을 견디기 힘들면 팔고 이사 가라는 거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총전출률은 4.6~6.3%다. 20~40대(10~26%)보다 훨씬 낮다. 비싸든 싸든 살던 집에서 20~30년 산다. 고령자에게 만성병 관리와 사회적 관계(네트워크)는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데로 이사 가서 단골 동네의원을 바꾸면 고혈압·당뇨병 관리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동네 친구가 멀어지고, 친숙한 뒷산·공원을 떠나야 하고, 헬스클럽·문화센터·교회(성당)·경로당·복지관을 새로 뚫어야 한다. 관계 약화는 정신건강에 안 좋다. 사교성 떨어지는 남성은 더욱 그렇다.
입법센터에 올라온 이모씨의 호소다.
“부동산 투기하지 않고 30년 한 집에서 살았다. 은퇴 후 연금으로 빠듯하게 생활한다. 그간 종부세도 아무 말 없이 내왔다. 내년에 연금(200만원)으로 세금을 내면 끝이다. 장특공제(장기보유특별공제)·양도세를 조정한다며 살던 곳에서 떠나라고 한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 공약을 믿은 내가 원망스럽다.”
이씨는 그나마 연금이 200만원이다. 국민연금이 200만원 넘는 사람은 전체의 1.92%에 불과하다(4월 기준). 잘사는 노인도 여의치 않다. 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월 417만원(가구는 716만원, 노인실태조사)이다. 이걸로 세금 내면 쓸 돈이 쪼그라든다.
고령자에게 집 한 채는 비싸든, 그렇지 않든 필수 재화다. 기초연금을 하후상박으로 개편하되 내 집 한 채는 좀 너그럽게 보면 안 될까. 기초수급자 주택의 소득환산 비율도 낮춰야 한다. 다른 나라는 복지에서 집을 어떻게 보나. 복지부에 따르면 영국·미국은 실거주 주택은 가격에 상관없이 자산 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독일은 일정 면적 이하는 뺀다. 일본은 고가 주택이 아니면 봐준다.
한국만큼 집값이 치솟는 나라가 많지 않다. 30대가 ‘영끌’해서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를 사고, 고령자가 죽을 때까지 집을 갖고 있다. 내 집 한 채를 압박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