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명물인 전설적 가수 달리다의 청동 흉상이 관광객들의 끊임없는 손길에 또다시 금빛으로 변했다. 파리시가 가슴 부분을 복원했지만 3주도 지나지 않아 원래의 색이 다시 벗겨진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파리시는 지난달 25일 몽마르트르 달리다 광장에 있는 달리다 흉상의 표면을 보수했다. 관광객들의 손길로 가슴 부분의 표면이 닳아 금빛을 띠게 되자 원래의 어두운 색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복원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관광객들이 다시 흉상의 가슴을 잇따라 만지면서 새로 입힌 표면의 녹청이 빠르게 벗겨졌다. 지난 10일부터는 가슴 부분이 다시 특유의 금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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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손길에 닳아버린 ‘행운의 가슴’
달리다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 가수 겸 배우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프랑스 대중음악계를 대표한 스타다
생전에 전 세계에서 1억20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했고 50개가 넘는 골드 디스크를 받았다.
달리다는 1962년부터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몽마르트르에 살았다. 이후 이 지역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파리시는 1997년 달리다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옛 주거지 인근에 청동 흉상을 세웠다. 이후 흉상은 관광객과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난 1979년 2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가수 달리다. AFP=연합뉴스
특히 달리다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같은 부위를 만지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반복된 접촉으로 가슴 부분의 어두운 표면이 닳아 없어졌고 청동 특유의 금빛 광택이 드러났다. 오히려 이 모습이 몽마르트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파리시가 흉상을 원래 색으로 되돌려 놓았지만 관광객들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복원 작업이 끝난 지 3주도 지나지 않아 가슴 부분이 다시 금빛으로 변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리시의 보수 작업을 조롱하는 반응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달리다 동상이 다시 상의 탈의 상태가 됐다. 페인트칠은 아무나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저가 마트 페인트로 대충 칠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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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시 “전문 인력 동원해 계속 관리”
파리시는 이번 보수 작업에 약 3000유로(약 490만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표면 복원은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조치이지만 작품이 반복적인 접촉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수개월간 유지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파리시는 “박물관 소장품을 관리하듯 전문 인력을 동원해 흉상에 필요한 유지보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의 반복적인 접촉을 막으면서도 흉상 자체를 훼손하거나 접근성을 떨어뜨리지 않을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달리다 흉상의 가슴을 만지는 관행은 문화유산 관리 차원을 넘어 성차별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여성단체와 녹색당 정치인들은 관광객들이 흉상의 가슴을 만지는 행위를 “남성 우월주의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한 예술가가 이 같은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달리다 흉상에 흰색 코르셋을 입히기도 했다.
반면 달리다의 남동생이자 가수 겸 배우인 올랜도는 다른 입장이다. 그는 “이 가슴을 만지는 행위에서 어떤 불경함도 느끼지 못한다”며 “이는 달리다를 더욱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조각가 아슬랑이 제작한 가수 달리다의 흉상이 1997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에 세워져 있다. 달리다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그의 자택 인근에 설치됐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