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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묻혀도 15만원 아꼈다”…고물가에 불붙은 ‘車 짠테크’

중앙일보

2026.08.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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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의 한 셀프차량정비소. 이용자가 '겉벨트'를 교체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리프트에 올려놨다. 석경민 기자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의 한 셀프차량정비소. 이용자가 '겉벨트'를 교체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리프트에 올려놨다. 석경민 기자

“이거 연결 안 되면 차 못 움직여요.”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의 무인 셀프정비소 ‘게러지247’. 그랜저를 리프트 위에 올리고 한쪽 앞바퀴와 휠하우스 커버를 뜯어놨다. 보닛도 활짝 열어 놨다. 렌치를 쥐고 차량을 들여다보는 40대 이모씨는 정비사가 아닌 그랜저 차주다.

이씨가 직접 교체한 것은 이른바 ‘겉벨트’로 불리는 구동벨트다. 엔진의 힘으로 에어컨 등 주변 장치를 돌리는 부품이다. 새 벨트가 마지막 도르래에 좀처럼 걸리지 않아 넣고 빼기를 몇 차례, 4시간을 예상했던 작업은 시행착오 끝에 5시간으로 늘어났다. 이씨의 장갑과 상의엔 기름때로 물들었다.

고생의 대가는 지갑으로 돌아왔다. 같은 작업을 정비소에 맡기면 50만원 안팎이지만 이날 이씨가 쓴 돈은 부품값 25만원에 리프트 사용료를 더한 약 35만원. 15만원가량 아낀 셈이다.

셀프정비소를 10번 넘게 이용했다는 이씨는 “보통 엔진오일 교체하러 많이 오는데, 정비소에선 10만~18만원 하는 걸 리프트값 2만원에 엔진오일 3만원, 5만원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겉벨트는 처음이라 유튜브를 보고 공부해 왔는데 예상대로 되지 않아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취재한 2시간 동안 옆 리프트에도 두 팀이 차를 올렸다.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의 한 셀프차량정비소. 리프트를 이용해 차량 자가 정비를 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의 한 셀프차량정비소. 리프트를 이용해 차량 자가 정비를 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이처럼 자동차 정비에도 ‘DIY(Do It Yourself·직접 하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일반 정비소가 부품과 작업을 모두 맡고, ‘공임나라’ 같은 업체는 소비자가 가져온 부품을 정비사가 공임을 받고 교체한다면 셀프정비소는 부품 구매부터 정비까지 차주가 직접 한다. 업체는 차량 리프트와 공간, 공구를 시간당 2만원 내외 요금을 받고 빌려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 6월 ‘자동차 및 자동차용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56.8%(4326억원) 증가했다. 완성차까지 포함된 수치라 DIY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진 않지만, 흐름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인기에 지난해엔 셀프정비소를 프랜차이즈화한 업체도 등장했다. 박준우 게러지247 대표는 “이달 오픈 예정 점포까지 전국 11곳으로 늘었고, 다른 업체까지 합치면 셀프정비소가 전국 40곳 안팎으로 추산된다”며 “이용이 늘면서 한 지점당 월평균 이용객은 3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가 장기화한 데다 유튜브를 통해 과거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까지 공유되면서 비용을 줄이려는 문화가 자동차 정비까지 확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자동차 정비는 셀프 가구 조립 등과 달리 잘못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은 자동차정비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일반 차주에게도 엔진 윤활·냉각장치는 물론 제동장치까지 일정 범위에서 직접 정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브레이크액 보충·교환이나 브레이크라이닝 교환처럼 제동 성능과 밀접한 작업도 포함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브레이크 등 주요 부품을 일반 소비자가 직접 정비하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자가정비 뒤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자체 하자인지 정비 과정의 문제인지 등을 놓고 제조사와 책임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셀프정비소. 정비 공간엔 리프트 외에 이처럼 차량 정비를 위한 각종 공구를 두고 있다. 셀프 정비소의 이용 금액은 시간당 통상 2만원이다. 석경민 기자

경기 고양시의 셀프정비소. 정비 공간엔 리프트 외에 이처럼 차량 정비를 위한 각종 공구를 두고 있다. 셀프 정비소의 이용 금액은 시간당 통상 2만원이다. 석경민 기자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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