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삼천당제약, 기술 수출 대신 ‘직접 판매’ 길 택했다

중앙일보

2026.08.18 18:1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943년 설립된 삼천당제약은 매출의 3분의 2가 안과용제에서 나오는 회사다. 최근에는 해외 직접 판매와 바이오시밀러, 경구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천당제약]

1943년 설립된 삼천당제약은 매출의 3분의 2가 안과용제에서 나오는 회사다. 최근에는 해외 직접 판매와 바이오시밀러, 경구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천당제약]



안과용 제네릭 넘어 바이오시밀러·경구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 확장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기업 중 하나는 삼천당제약이다. 안과용 제네릭(복제약)을 주력으로 해온 중견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해외 판매와 주사제 경구화 플랫폼 사업을 동시에 끌고 갈 수 있느냐가 질문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임상과 허가 절차가 남아 있고 해외 사업도 초기 국면이라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회사의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출 3분의 2가 안과 분야서 창출

1943년 설립된 삼천당제약은 매출의 3분의 2가 안과 분야에서 나온다. 기업분석기관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제품별 매출 구성 중 안과용제가 6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순환기질환 치료제와 항생제 등 일반 완제의약품이 채우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2013년 안과 전문 제조사인 옵투스제약을 인수한 뒤 국내 일회용 점안제 시장을 선점하면서 이 분야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2022년에는 오송 공장 라인을 증설해 위탁생산(CMO) 수주를 늘렸다. 현재 연결 대상 자회사로는 옵투스제약과 미국·일본 현지법인이 있다.

주목할 대목은 제조 역량이 이미 검증됐다는 점이다. 녹내장 치료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할 일회용 점안제 생산을 삼천당제약에 위탁했다. 무보존제·무균 충전이 필요한 까다로운 제형을 글로벌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환경에 맞춰 생산해낸 것이다. 해외 진출 물꼬를 튼 핵심 동력 역시 제조 역량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해외 인허가·품질관리 경험이 이후 바이오시밀러와 경구화 플랫폼 사업의 토대가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해외서 발생하기 시작한 매출…상반기 238억원

이런 변화는 실적 구성에서 드러난다. 와이즈리포트는 최근 삼천당제약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자회사 옵투스제약의 일회용 점안제 생산라인 확대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녹내장 치료용 점안제 수출 증가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글로벌 수출 확대를 꼽았다. 세 사업 모두 국내 병·의원 처방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반기보고서(연결 재무제표 기준)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356억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은 238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93억5000만원) 대비 155.2%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성장세에는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삼천당제약이 유럽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시점은 지난해 11월 말로, 전년 상반기 해외 매출은 캐나다 등 기존 시장에 국한됐고 유럽 매출은 사실상 부재했기 때문이다.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해외 CMO 시설의 GMP 규정 대응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유럽 수출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88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억90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 모델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뒤따랐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처방의약품이 회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면,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만드는 사업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변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점안제 직접 공급에서 시작…국가별 현지 파트너와 맞손

삼천당제약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전후다. 자체 개발한 제네릭 점안제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길을 택했다. 제품을 직접 공급하려면 현지 인허가부터 품질관리, 생산·유통, 파트너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의 구간이 길 수밖에 없다.

다만 사업마다 계약 형태는 다르다. 점안제와 바이오시밀러는 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이고, 경구화 플랫폼은 국가별 파트너사와 공급·판매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해외 인허가·공급 경험이 이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략에서 눈에 띄는 점은 파트너십 구조다. 글로벌 제약사 한 곳에 전 세계 판권을 넘기는 대신, 국가별로 시장 지배력을 갖춘 현지 기업과 개별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을 취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의약품은 국가마다 규제와 유통 구조, 보험급여 체계가 달라 단일 파트너만으로는 전 세계 시장을 동일하게 공략하기 어렵다”며 “각국에서 이미 판매망과 시장 이해도를 갖춘 ‘로컬 챔피언’과 협력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계약 조건과 상대방 요청 등을 이유로 개별 파트너사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유효성·사업성 입증이 과제

삼천당제약은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독자적인 약물전달 플랫폼 ‘S-PASS’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주사로 투여하는 의약품을 경구용(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Pre-ANDA(허가 신청 전 사전협의) 답변서를 받았으며, 경구용 인슐린은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허가·심사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상업화 시점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천당제약의 사업 구조 변화는 시작 단계다. 국내 처방의약품 중심이던 매출 구조가 해외 직접 판매와 플랫폼 기술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기업가치로 연결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국가별 파트너십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S-PASS’ 역시 임상과 허가를 통해 유효성과 사업성을 입증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는 많지만 상업화까지 이끌어내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증명해 보이면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