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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미국 시장 뚫었다…한화 K9, 美육군 차세대 자주포 계약

중앙일보

2026.08.18 22:50 2026.08.19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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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시험 중인 K9 차륜형 자주포(K9MH). 미 육군에 시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륜형 자주포가 국내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행 시험 중인 K9 차륜형 자주포(K9MH). 미 육군에 시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륜형 자주포가 국내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방산업체가 만든 무기체계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뚫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차륜형 자주포는 바퀴 달린 차량에 탑재한 자주포로, 궤도형 자주포(차바퀴 둘레에 벨트를 걸어 놓은 무한궤도 차량에 올린 자주포)보다 기동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

한화는 미 육군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위해 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한다. 계약에는 시제품 6문을 우선 발주한 뒤 4년간 12대를 추가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6문 납품에 대한 계약 금액은 1억30만 달러(약 1417억원)이며, 추가 발주를 포함한 누적 계약 금액은 2억6290만 달러(약 371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시제품 공급 계약은 향후 양산 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미군은 현재 운용 중인 M777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해 전장에서 신속하게 이동·타격할 수 있는 차륜형 자주포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향후 양산 규모가 500문 이상, 10조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미 육군은 앞으로 4년 간 작전운용개념에 맞춰 K9MH의 세부 조건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고, 특별한 결함이 없다면 양산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K9은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1989년 개발을 시작해 1999년 우리 군에 처음 배치됐다. 이후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인도·핀란드·노르웨이 등 9개국에 수출됐고 세계 자주포 점유율 1위로 자리 잡았다. 특히 K9은 수출 때마다 사막, 고지대, 혹한 등 현지 지형과 기후, 작전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한화가 2017년 미국 내 방산 전시회에 K9 실물을 전시하며 진출을 시도한 지 9년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군은 2018년부터 자체 사거리 연장형 화포(ERCA) 개발을 추진했지만, 품질 문제로 2024년 개발을 중단하고 글로벌 방산업계에 자주포 구매를 위한 정보요청서(RFI)를 보냈다. K9을 앞세워 꾸준히 미국의 문을 두드린 한화 측에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발사 시험을 하고 있는 K9 차륜형 자주포(K9MH). 미 육군에 시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륜형 자주포가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 시험을 하고 있는 K9 차륜형 자주포(K9MH). 미 육군에 시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륜형 자주포가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쟁 입찰에는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등 세계적인 방산기업이 참전했지만 한화가 이들을 제쳤다. 미국은 기존 궤도형 자주포가 아니라 더 빠르게 움직이는 차륜형 자주포를 원했다. 지금까지 궤도형만 수출해 온 K9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미군이 차륜형 자주포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포착한 한화는 미국 법인에 미국 정관계 및 군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며 대응했다. 결국 올해 초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제품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고, 차륜형 자주포의 첫 해외 진출이란 결과를 얻었다. 시장에서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라는 K방산 강점이 다시 한번 빛을 봤다는 평가다.

미국 방산 진출은 한화 김승연 회장부터 김동관 수석부회장까지 2대에 걸친 숙원이기도 했다. ‘미국통’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방산 사업에 대해 “방산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내수가 아닌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산 수출을 본격 실행한 김 수석부회장은 특히 미국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미국의 자주포 수요를 미리 예측해 준비했고, 2024년엔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해양 방산 거점을 마련했다. 방산업계에선 이번 K9의 공급 계약을 계기로 한화가 미국에 해양·지상 방산 양방향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본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실패한 K방산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만한 일”이라며 “향후 국내 방산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해외로 진출하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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