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과 외신 특파원의 미국 내 체류 기간에 상한을 두기로 하자 대학과 교육·노동·언론단체들이 소송전에 나섰다. 새 규정이 학업 선택권을 가로막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 인터뷰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18일(현지시간) 미 고등교육·이민 총장연대에 따르면 이 단체와 국제교육자협회(NAFSA), 미국교사연맹(AFT), 언론노조 뉴스길드-CWA,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8개 단체는 이날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냈다.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상대로 체류 신분 기간(Duration of Status·D/S) 폐지 규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다. 다음 달 15일 발효를 앞두고 가처분에 해당하는 예비적 금지명령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새 규정의 시행은 잠정 보류된다.
쟁점이 된 D/S는 유학생(F 비자), 교환방문자(J 비자), 외신 특파원(I 비자)이 학업, 연수, 취재 활동을 계속하는 동안 별도의 심사 없이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F 비자엔 1978년, J·I 비자엔 1985년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연방관보에 게재된 최종안은 D/S를 폐지하고 입국 때부터 체류 종료일을 정하도록 했다. 유학생과 교환방문자의 체류 기간은 학업·연수 기간과 4년 중 짧은 기간으로 제한된다. 예컨대 2년 과정은 2년, 6년짜리 박사과정은 우선 4년까지만 허용된다.
또 외신 특파원은 한 번에 최장 240일, 중국 본토 여권을 소지한 기자는 90일만 체류할 수 있다. 이후에도 학업이나 취재를 계속하려면 이민국에 체류 연장을 신청해 별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학업 관련 규제도 강화된다. 대학원생은 재학 중 전공을 바꿀 수 없고, 학교 폐쇄나 재난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다른 대학으로 적을 옮기지 못한다. 소송을 낸 단체들은 체류 연장이 늦어지거나 거부되면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외신 특파원이 반복적으로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국이 심사 과정에서 취재 결과물을 들여다볼 수 있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안보부는 학생 신분의 장기 체류와 제도 악용을 막고 국가안보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근거는 장기 체류 사례다. 2000~2010년 F 비자로 처음 입국한 사람 가운데 약 2100명이 2025년 4월에도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고 측은 이들이 전체 학생 기록의 약 0.1%에 불과하고 불법 체류나 비자 사기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새 규정으로 유학생과 대학이 떠안을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안보부는 연평균 약 42만7500건의 체류 연장 신청이 새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청 수수료, 서류 작성에 드는 시간, 대학·고용주의 관련 업무 등을 합친 비용은 연간 약 4억4000만 달러(약 6200억원)로 추산됐다.
국가안보 논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안보부는 가짜 브라질 신분으로 F-1 비자를 받아 2018~2020년 미국 대학원에 다닌 러시아 정보기관 공작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반면 소송을 낸 단체들은 “그가 미국에 머문 기간이 2년에 불과해 새 규정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국토안보부가 국가안보상 문제가 된 외신 특파원 사례를 한 건도 제시하지 않은 채 I 비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점도 문제 삼았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유학생용 F비자와 교환방문자용 J비자 소지자는 4년까지만 체류가 인정되고, 이후에는 별도 신청을 통해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DHS
새 규정은 한국 유학생에게도 부담이다. 국제교육협회(IIE)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인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한국 남성 유학생이 군 복무로 학업을 쉬어야 하는 사정을 들어 규정 재검토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