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하락했다(원화 가치는 상승). 미국 금리 동결 기대가 커진 데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꾸준히 유입된 영향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오후 3시 30분 기준 가격(기존 주간 거래 종가)은 전날보다 14.1원 내린 1397.7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내려온 건 지난해 9월 29일(1398.7원)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지난달 2일 1555.8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약 한 달 반 만에 158원가량 급락한 셈이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 물량을 조기에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간 원화 약세를 견인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주춤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들이 나란히 금리 동결을 가리킨 것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고용지표 등이 모두 둔화 흐름을 나타내면서다. 이에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 전망이 옅어졌고,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달러는 강세로 돌아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성장 모멘텀이 아니라 재정에 대한 불신으로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는 달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는다”며 “국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도에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원화 강세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 대부분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엔화 약세에 대한 추가적인 시장 개입이 이뤄지면 동조화에 따라 원화에도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한·미 협정에 따른 대규모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을 밀어 올릴 수 있어서다. 또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 이는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워 달러 강세 압력을 더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