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 대상 암종을 두경부암과 육종, 재발성 직장암으로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2023년 4월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한 뒤 췌장암과 간암, 폐암에 이어 치료 범위를 넓혔다.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만든 에너지빔을 암세포에 쏘는 방식이다. 정상 조직을 통과할 때는 방사선량을 낮게 유지하다가 암 조직에 도달하면 에너지를 폭발시켜 암세포를 파괴한다.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이면서 기존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암에 고선량 방사선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이 지난해 4월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두경부암은 구강과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이다. 이 부위엔 뇌와 척수, 시신경, 주요 혈관뿐 아니라 호흡과 발성, 음식물을 삼키는 데 필요한 기관이 몰려 있다. 암을 제거하는 것만큼 치료 후 기능과 외형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경부암 중에서도 비강·부비동과 뇌기저부, 침샘 등에 생긴 암 가운데 수술이 어렵고 기존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선양낭성암과 점막악성흑색종 등이 중입자치료 대상이다. 여러 방향에서 종양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회전형 치료기를 활용해 환자마다 종양의 위치와 형태에 맞춰 조사 각도를 정한다. 통상 4주 동안 16차례 치료한다.
일본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수술할 수 없는 두경부암 환자의 5년 국소제어율(치료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않는 비율)이 암 종류에 따라 68~95%, 5년 생존율은 70~80%로 나타났다. 비강·부비동암 환자 2000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중입자치료 후 3년 국소제어율은 80.2%, 생존율은 75.1%였다.
육종은 뼈와 근육, 지방, 혈관, 신경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척추와 골반, 천골 등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생기거나 주요 신경·혈관을 침범하면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수술 후 암이 남거나 재발한 경우 방사선치료를 시행하지만, 육종은 기존 방사선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충분한 선량이 필요하다. 주변에 척수와 장, 신경 등이 자리해 안전하게 고선량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어 중입자치료 대상이 됐다.
일본 임상연구에서 절제가 불가능한 골육종 환자의 중입자치료 후 5년 국소제어율은 74%, 생존율은 73%였다. 연부조직육종의 5년 국소제어율은 65~69%였으며 중증 부작용 발생률은 15% 미만이었다.
골반 안에서 다시 발생한 직장암도 치료 대상이다. 재발한 종양이 골반벽, 방광, 신경 등을 침범하면 수술 후 신경 손상이나 배뇨·배변 기능 저하 위험이 크다. 일본 다기관 연구에서 수술이 어려운 재발성 직장암 환자의 중입자치료 후 3년 국소제어율은 93%, 5년은 88%였다. 연세암병원과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의 공동연구에서는 이전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재발성 직장암 환자에게 중입자치료를 시행했을 때 X선 재조사보다 국소재발과 사망, 장기 부작용이 유의하게 적었다.
연세암병원은 암종 확대와 함께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호기도 본격 가동한다. 이에 따라 고정형 1대와 환자 주위를 360도 돌며 여러 방향에서 중입자선을 쏘는 회전형 2대를 모두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의료기관이 됐다. 병원 측은 하루 약 40명, 연간 1만800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주요 장기가 밀집해 수술이 어렵거나 기존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난치성 종양의 경우,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회전형치료기 2호기 전면 가동을 통해 주변 정상 장기를 안전하게 보호함과 동시에 방사선 저항성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맞춤형 치료를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길 연세암병원장은 “중입자치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연세암병원은 중입자치료와 더불어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요법이라는 3대 표준치료를 환자 상태와 진행 시기에 맞춤형으로 적용해 최선의 치료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