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부녀 킬러’(MBC)로 ‘흥행퀸’임을 입증한 배우 공효진이 또 다른 복수극으로 극장을 찾는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이야기 ‘경주기행’이 오는 26일 개봉한다. 공효진은 영화에서 엄마 옥실(이정은)을 알뜰살뜰 챙기는 한편 개성 강한 두 동생 영주(박소담)와 동주(이연)를 보듬는 첫째 딸 장주 역을 맡았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시사 반응이 좋아서 행복하다”면서도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촬영 내내 정말 재밌었어요. 모든 배우들과 죽이 잘 맞았거든요. 수준이 비슷하달까…. (웃음) ‘엄마’(배우 이정은)와는 드라마 ‘동백꽃이 필 무렵’(KBS)에 이어 두 번째로 모녀를 연기하면서 훨씬 편안해졌어요. 사실 배우들도 다 프로로 온 사람이니, 누구에게 섣불리 ‘이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게 어려운데, ‘엄마’는 제가 현장에서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곧잘 동조해주시는 편이었어요. 저와 연기의 결이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그가 이번 영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데엔 출연을 ‘삼고초려’한 감독 김미조의 노력이 있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의 감독, 각본을 맡았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엄마’만 캐스팅 된 상황이었고, 두 번째엔 동생들까지 출연을 확정한 상황이었어요. 감독님이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하는데, 정말 저를 원하시는 것 같아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죠. 업계에서 잘 없는 일이니까요. 물론 완벽한 대본이 제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었지만요.”
영화 '경주기행' 속 '장주'를 연기하는 공효진 배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도, 최근 시청률 10%를 넘긴 ‘유부녀 킬러’도 복수극이다. 그러나 복수 과정은 완전 딴판이다. ‘유부녀 킬러’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유보나는 재범 확률이 높은 흉악범들을 총알 한 방에 죽여버리는 스나이퍼다. 반면 ‘경주기행’ 속 장주는 엄마를 도와 살인을 모의하면서도, 어디가 급소인지를 프린트물로 공부해야 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보나는 무기가 있고, 체력도 히어로 급이잖아요. 복수의 성질 역시 권선징악에 가깝죠. 반면 ‘경주기행’의 장주는 영화 안에서 관객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맞는 건가 끊임없이 고민하기도 하고요. 영화 첫 시퀀스에서 장주는 복수 여행을 위한 봉고차를 몰면서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어느 순간 무서운 현 상황을 잊고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며 정말 가족여행을 가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해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장주의 복수 쪽을 더 많이 상상하지 않을까요?”
TV에서는 출연마다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고맙습니다’(MBC, 2007), ‘파스타’(MBC, 2010), ‘최고의 사랑’(MBC, 2011), ‘주군의 태양’(SBS, 2013) 등으로 연달아 시청률 20%를 넘겼다. 2019년엔 ‘동백꽃 필 무렵’(KBS)으로 연기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중엔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다. 그는 “시청자, 관객 반응은 정말 상상대로 안 되더라”며 웃었다.
“종종 제게 대본을 보는 특별한 기준이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는 출연을 수락하는 순간 대본이 끝까지 안 나와있으니 항상 모험이죠. ‘유치하지 않겠다’ 정도의 감만 잡고 가요. ‘유부녀 킬러’도 흥행을 예상 못했어요. 직전에 흥행한 SBS의 ‘김부장’도 비슷한 내용이었던지라 ‘질린다’고 외면 받을 수 있다 생각했죠. ‘경주기행’ 역시 ‘스파이더맨’ ‘오딧세이’ 등 경쟁작이 워낙 쟁쟁해서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항상 영화 성적이 안 좋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이번엔 함께 하는 배우들의 힘을 믿어봐야죠.”
드라마 '유부녀 킬러' 속 유보나를 연기하는 배우 공효진. [사진 MBC]
영화 속 장주는 엄마 옥실의 오른팔이다. 노심초사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엄마에게 대드는 두 동생들을 말리는 것도 장주다. 그러나 공효진은 “실제 모습은 정반대, 시크한 딸”이라고 했다. “장주는 엄마가 자신을 혼내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상처가 깊어지는 것도 무서운 ‘K장녀’예요. 강한 책임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하지만 저는 반대예요. 엄마가 저보다 운전도 훨씬 잘하시고, 제가 의지하는 쪽이죠. 그래도 시집 가고선 엄마가 차려 준 밥 먹으면서 ‘맛있다’고 표현도 하려고 하고, 어떻게 하면 효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요.”
그는 “이 영화를 엄마와 딸들이 보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영화 핵심은 엄마예요.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해주는, 100% 믿음이 가는 존재. 그 끝도 없는 가족의 유대를, 관객들도 극장에 와서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