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부산 동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묵은 감정이 19일 폭발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이 대면 제청의 관례를 깨고 대법관 후보 2명(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한 게 불쏘시개였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탄핵당했어야 마땅하다”며 “정신 차리고 당장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 없이 형식적으로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 다른 헌법기관들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리려는 사법 농단”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행태는 사고 치고 유리창을 깬 다음 퇴학시켜달라고 구걸하는 불량학생의 태도”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직함을 떼고 ‘조희대씨’라고 칭하며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도 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209일간 대법관 후보 제청을 안 한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패싱하고 법사위 전체회의 전날 서면으로 일방 통보했다”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의를 낱낱이 따져 묻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두드리는 민주당을 겨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퇴학 구걸하는 불량 학생?’ 김민석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공격했다”며 “(대통령)재판을 재개할까 무서워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하는 건 일진 불량 학생이 하는 짓”이라고 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관례를 깬 것이 탄핵 사유라면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탄핵 대상”이라며 “헌법과 국민이 먼저라면 김민석 대표가 탄핵론을 일축하고 대법원장을 존중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썼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을 가운데 둔 여야의 공방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계속됐다. 김기표 의원은 “협의 없이 제청한 일은 역사상 없었다. 제청권이 있으니 서면으로 (청와대에) 던져 놓고 임명하라는 건 안 된다”고 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협의는 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협의를 끝까지 하고 최종적으로 조율이 안 되면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뜻이 다르다는 게 온 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전화로 통보하고 서면 제청을 했다면 어떻게 국회가 임명 동의를 하느냐. 파국을 예상 못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처장은 “예상했다. 계속 제청하라는 말씀이 끊임없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서면으로 보내는 걸 누가 행정처장 제안이냐”고 묻자 노 처장이 “원래 서면으로 보낸다. 본래 두 분(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만나 합의한 뒤 서면으로 보내지만, 만나 합의할 기회를 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민정수석과 협의를 하고 마지막날에 통화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관으로 누굴 임명하라고 미리 요구하는 대통령의 입김, 관여가 철저하게 차단되지 못하게 하는 게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의 임무”라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노 처장에게 주문했다. 또 국민의힘 법사위 일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상 대법원장에게 보장된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고, 그 결과 작금의 지연 사태까지 벌어졌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도 의결했다. 김승원 민주당 간사가 제출한 ‘장기간 공석 후 시행한 대법관 후보 제청 과정 및 내란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논란’ 등을 질의하기 위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 안건이 재석 14명 중 찬성 10명, 반대 4명으로 처리됐다. 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속개된 전체회의에서 노 처장에게 “대법관은 법원에 있는 황제가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의결한 사안이니 (조 대법원장에게) 출석해야 한다고 전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