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9일 보건복지부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증시 부양에 동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조치가 6·3 지방선거를 고려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시점에 문제를 제기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정치적 목적이 아닌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주식 자산 비중이 치솟자 올해 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리밸런싱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원칙대로라면 국내주식을 팔아야 했지만 매도 시기를 미뤘다. 이어 지난 5월 기금위는 기존 14.9%(목표치 이탈 허용범위 기준 19.9%)였던 올해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였다.
조 의원을 이를 두고 “6월 말까지 (리밸런싱을) 유예한 것은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분명히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정 장관은 “올해 1월 (리밸런싱 유예를) 결정할 때 국내 주식(비중)이 굉장히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이었고 시장 변동성이 있는 상황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올해 5월 중기 자산 배분할 때 그런 부분을 좀 더 보기 위해 6개월 정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자는 의미가 많았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리밸런싱 규칙이 2019년 연기금 규모가 700조원으로 (지금의) 반 정도였을 때 만들어진 규칙”이라며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했을 때 기금의 수익성이나 안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위원들의 판단이 있어 6개월 유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리밸런싱을 유예했다가 선거 이후 재개해 증시 급등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야당 비판에 선을 그은 것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같은 취지로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2025년 5월부터 코스피가 3000 미만에서 불과 1년 사이 거의 배가량 올랐는데,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인지 아니면 반도체 특수에 따른 일시적인 원인인지 전문가들이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1월 기금위 당시)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 6개월 지켜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중기자산배분 계획을 통해) 매년 5월 말 (자산 조정을) 판단하고 그 결정을 7월부터 적용했던 규칙이 있었다”며 “지방선거가 그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지 선거 때까지 팔지 않고 그 후에 팔았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오해는 정확하게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기금 1% 공공임대주택 투입? “원칙 지킬 것”
최근 논란이 된 국민연금기금의 1%(18조원)를 공공임대주택 사업 재원으로 투자하는 구상에 대해서도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에 비춰봤을 때 공공임대주택 또는 공공주택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맞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기금운용원칙에 따라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도 “국민연금의 투자가 어떤 정책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게 원칙을 지켜왔다”며 “원칙에 벗어나는 의사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방안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이와 관련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연금공단은 복지부·국회 누구와도 주택 투자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도 “예결위원장이 말씀한 아이디어 제시로 판단하고 있다. 사전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은 정책 결정이나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다”, “오로지 가입자인 국민의 안정적 노후를 위한 장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믿지 않아서 저희도 답답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전북 남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서울·지방(남원) 이원화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전원) 주소만 껍데기를 남원에 두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설립추진위원회에서 어떻게 설립할지를 기획하고 있는 단계다. 여러 가지 배경을 고려해 설립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복지부는 현재 11개인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최대 20개까지 늘리고 하반기 중 판매 점포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의 기초연금 개편안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