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노팅엄과 맨유의 EPL 최종전에서 맨유 음뵈모(오른쪽)의 핸드볼 장면. 심판진은 VAR를 확인하고도 그냥 넘어갔다. EPL의 심판 판정 평가서 공개의 계기가 됐다. [사진 중계화면 캡처]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스포츠의 오래된 격언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에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오심 논란 근절을 위해 심판 판정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전면 공개한다.
EPL 사무국은 2026~27시즌 개막(21일)에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심판진의 판정 및 비디오판독(VAR) 결정에 대해 ‘주요경기사건(Key Match Incidents) 패널(이하 KMI 패널)’이 작성할 평가 보고서를 매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022~23시즌 출범한 KMI 패널은 외부 영향을 최소화 한 5인 독립 심의 기구다. EPL 라운드별 득점, 퇴장, 페널티킥, 오프사이드 등 경기 승패를 가른 주요 장면에 대해 주심과 VAR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를 다수결로 판정한다.
EPL은 근래 들어 판정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시즌 37라운드 경기다. 1-1 동점이던 후반 10분 맨유의 브라이언 음뵈모가 상대 위험지역 정면에서 팔로 공을 건드렸지만, 심판은 VAR 화면을 3분 가까이 들여다보고도 노 파울을 선언했다. 해당 장면 직후 맨유 마테우스 쿠냐의 득점포가 터져 논란이 더욱 뜨거웠다. 추후 EPL 사무국이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미 맨유가 승리와 승점 3점을 가져간 뒤였다.
이후 리그 안팎에서 “KMI 패널이 작성한 판정 평가서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EPL 사무국이 백기를 들었다. 해당 자료를 각 구단과 심판진만 비공개 회람하던 기존 관행을 깨고 새 시즌부터 전면 공개를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판정 논란이 불거진 장면에서 주심과 VAR 심판진이 나눈 실제 발언과 주요 판단 근거(인용문)도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다. 일부 주요 경기에선 주심이 착용한 카메라(레프리 캠)에 녹음된 선수와의 대화 음성까지도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방송사 BBC는 “EPL이 축구 규정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에 경기 중 실시간 심판 음성 중계를 허용해달라고 요구 중”이라면서 “판정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파격적 조치들은 오심 논란 종식을 위한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EPL의 과감한 시도는 무수한 판정 시비로 얼룩져 ‘VAR 무용론’까지 대두된 프로축구 K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PL의 조치는 심판 보호라는 명분으로 소통에 소극적이던 한국 축구에 뼈아픈 숙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