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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전기를 파는 회사서, 가치 나누는 플랫폼으로

중앙일보

2026.08.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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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세상은 조용히 바뀔 때 가장 크게 달라진다. 옥상의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전기로 바꾸고, 주차장의 전기차가 밤새 배터리를 채운다. 이 평범한 풍경이 전력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전기는 더 이상 발전소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생산되고, 저장되며, 나누어진다.

이는 단순한 발전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진짜 바뀌는 건 ‘참여의 방식’이다. 국민과 기업은 전기를 쓰는 소비자를 넘어 에너지를 함께 만드는 주체가 되고 있다. 한국전력 역시 전기를 팔던 회사를 넘어, 가치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려 한다.

최근 첨단산업의 발전으로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과 전력망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산업의 골든타임은 이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충전기 등 흩어진 자원을 하나로 연결하면, 그 총량은 대형 발전소 못지않다. 여기에 필요한 순간 즉시 움직이는 유연성을 더해 전력공급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EaaS (서비스로의 에너지) 통합 플랫폼’의 해법이다. 친환경적이지만 날씨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는 재생에너지의 약점도 분산 자원을 플랫폼으로 묶어 전력 소비 시간대를 조절하면 계통의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

영국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약 3.5배에 달하지만, 소비자에게 요금부담을 줄일 ‘선택지’를 함께 제시했다. 가정의 배터리와 전기차를 연결해 전력이 풍부할 때 충전하고, 부족할 때 내보내는 가상발전소(VPP)를 구축, 계통을 안정시키고 소비자에게 요금 할인으로 돌려주는 상생의 선순환을 이뤘다.

이제 우리에게도 활용할 자원이 충분하다. 에너지 자립도가 22%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한국전력은 흩어진 분산 자원을 하나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플랫폼의 든든한 중심축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이 플랫폼이 뿌리내리려면 두 가지 기둥이 필요하다. 첫째, ‘맞춤형 계약’이다. 반도체, 철강, 데이터센터 등 산업마다 필요한 전력의 품질과 시간대가 다르다. 이제 획일적인 표준약관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공급 조건을 넓혀야 한다. 둘째, 강력한 ‘가격 시그널’ 정착이다. 자발적으로 소비 시간을 옮기는 ‘동적 요금제’와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확대하고, ‘지역별 요금제’와 유연성 자원을 연계한 ‘구독형 요금제’까지, 선택지를 늘려가야 한다.

전력은 이제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모두가 참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 자산이다. 플랫폼으로의 도약에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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