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레버리지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규제 대상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는 크게 줄어든 대신 미국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해외 업종형 상품으로 수요가 몰렸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된 직후인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상위 50종목 결제액은 총 160억1810만 달러였다. 이 중 레버리지 상품 결제액은 69억4973만 달러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해당 결제액은 매수와 매도 금액을 합산한 수치로, 국내 투자자가 어떤 상품을 집중적으로 거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레버리지 거래는 NYSE 반도체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에 극단적으로 집중됐다. 이 기간 SOXL 결제액은 52억9833만 달러로 미국 레버리지 상품 결제액의 76.2%를 차지했다. 미국 상위 50종목 전체 결제액 중에서도 33.1%에 해당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레버리지 쏠림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상위 50종목 전체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81억4490만 달러에서 올해 160억1810만 달러로 11.7% 감소했다. 반면 레버리지 상품 결제액은 63억8265만 달러에서 69억4973만 달러로 8.9% 증가했다. 특히 가상자산과 변동성, 채권 등을 제외한 미국 주식·주가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 비중은 지난해 27.8%에서 올해 43.4%로 15.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상위 50종목의 전체 결제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주식형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액과 비중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홍콩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의 결제액은 1579만 달러, 삼성전자 2배 상품은 695만 달러로 나타났다. 두 상품의 합계 결제액은 2275만 달러로 홍콩 상위 50종목 전체 결제액의 12.4%를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에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수요 자체를 억제하기보다 투자자를 업종형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시키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는 강화된 예탁금 기준이 적용되지만, SOXL과 같은 업종형 상품은 예탁금 상향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레버리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반도체 주가까지 급등락하면서 고수익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신규 진입하는 개인은 기본예탁금 예치와 사전교육뿐 아니라 최소 5거래일 동안 하루 1시간 이상, 총 5시간 이상의 모의거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모든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한 증권사의 괴리율(시장가격과 기준가치의 차이) 관리 의무 기준도 국내 상품은 기존 3%에서 2%로, 해외 상품은 6%에서 5%로 강화된다.